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여당, 공무원연금 개혁 원칙도 소신도 잊었나

재직기간 1년당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평균 급여의 1.9%(30년 57%)에서 1.25~1.5%로 낮추겠다고 날을 세웠던 새누리당과 정부가 갑자기 흐물흐물해졌다. 결국 1.7%대 타협안을 받아들일 모양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의 야당 간사인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8일 "지급률 1.72%와 1.79%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30년 재직자가 받는 공무원연금이 새누리당 원안보다 평균 월 67만원, 정부 기초제시안보다 33만원가량 덜 깎인다. 월 연금액이 현행 255만원에서 231만~240만원으로 줄어드는 정도다. 국민 입장에서는 한바탕 정치쇼에 놀아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공무원연금 개혁의 목표는 향후 재직기간에 대해서는 보험료와 연금이 수지균형을 이루게 해 적자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정부와 공무원이 보험료를 10%씩 또는 9.5%씩 낼 경우 재직기간 1년당 1.25%(30년 37.5%), 1.19%(30년 35.6%)의 연금을 줘야 마땅하다. 하지만 타협안은 수지균형 수준보다 40~50% 많은 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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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것보다 훨씬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의 적자보전에 지난 10년간 15조원, 다음 정권 10년간 86조원의 혈세가 들어가 개혁에 나섰는데 이런 식이라면 재정절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은 보험료가 올라 적자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본질이 드러난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의 부작용을 겪은 일본 공무원은 10월부터 일반국민과 똑같은 수준의 연금을 받는다. 양쪽 다 1.57% 수준이던 연금 지급률이 2058년까지 1.05~1.28%(30년 32~38%)로 낮아진다. 일본 국민소득의 66% 수준인 한국의 타협안보다 박한 연금을 타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은 연금개혁에 성공했지만 우리는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 정부 여당이 원칙도 소신도 없이 공무원단체와 야당에 휘둘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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