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밀레니엄)의 기점이 되는 내년 예산마저 위기극복·경기부양에 지나치게 비중을 둘 경우, 재정적자의 고착화 등 파행적 국가예산관리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이 예산편성 당국자들의 고민이었다. 이에따라 새해 예산안은 지식·정보·기술·문화 등 지식기반사회를 앞당기고 산업경쟁력 기반확충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외환위기 극복 등을 위해 98, 99년에 대폭 증액된 한시적 투자소요는 최대한 억제했다. 그러나 내년 총선 등을 고려한 선심성 예산편성이 곳곳에서 보이는데다 연기금 등 일부 난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편성방침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우선 내년 재정규모를 올해보다 5%(4조4,000억원) 늘어난 수준에서 편성한 것은 정부가 내년 예산의 목표를 적자재정 관리에 두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92년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인데다 국채발행규모도 올해보다 1조4,000억원 줄였다. 내년초 투신권의 대량 환매사태 우려와 서울 은행, 대한생명 등 공적자금의 추가 소요가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국채발행규모를 줄여 예산증가(적자재정확대)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예산당국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적자관리를 통해 당초 2006년으로 잡았던 균형재정 목표시기를 2004년으로 2년 정도 앞당길 방침이다. 특히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내년중 마련한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세계잉여금이 발생하면 전액 국가채무 상환에만 쓰도록 의무화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새로운 세출소요가 수반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자체 재원조달 대책도 함께 마련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적자재정 탈출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국민기초생활법 발효에 따라 오는 2001년부터 생산적 복지를 위한 추가 재원 소요가 발생하는데다 부실화된 4대연금이 돌출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적자재정을 탈출하는데 3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세입내 세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나라살림은 방만하게 운영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들어설 경우 복지관련 예산 증가에 따라 재정적자는 더욱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목표한대로 2004년 균형재정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이는 당해년도 재정이 세입, 세출에서 균형을 이뤘다는 의미이지 적자에서 벗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제서야 비로서 빚갚기에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인 셈이다.
온종훈기자JHO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