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보험 상품 카피하는 은행

저금리에 업종간 칸막이 허물어져 콘셉트 비슷한 상품 출시 잇따라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예ㆍ적금 등 전통 상품을 통한 자금 수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은행들이 이제는 보험사의 대표 상품에서 아이디어를 그대로 따온 유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저금리를 맞아 은행과 보험 간에 칸막이가 허물어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금융회사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KB골든라이프예금'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목돈을 은행에 예치하면 1년마다 바뀌는 금리에 따라 이자를 붙여 적립해 연금 형태로 지급한다. 눈에 띄는 점은 지급 시기가 은퇴 후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전까지라는 것이다. 한화생명이 올 초 출시한 트리플연금보험(구 가교연금보험)과 일란성 쌍둥이라 할 정도로 콘셉트가 같다. 트리플연금보험의 일시납 형태의 상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다른 점은 한화생명 상품의 경우 적용 금리가 매달 바뀌는 반면 KB골든라이프예금은 1년마다 조정된다. 은행 관계자는 "평균 은퇴 연령은 53세이고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만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늦춰지는 점에 착안해 은퇴 후 소득 공백 기간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나왔다"며 "보험사 상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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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리은행이 내놓은 '월복리 연금식적금'도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생활비나 목돈 마련을 원하는 은퇴자가 주된 고객이다. 최근 고객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귀띔이다. 아울러 올 상반기에 제도 변경이 마무리되는 노후의료비보장에 대해서도 은행ㆍ보험ㆍ증권이 모두 취급하는 연금상품에 별도의 의료비 계좌를 두기로 가닥이 잡힌 것도 금융 업권별 고유 영역이 줄어드는 추세를 반영한다.

보험사들은 텃밭에 야금야금 들어오는 은행이 달갑지 않다.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이 과거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등한했던 상품이나 시장에도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동한 탓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방카쉬랑스 채널을 통한 판매 대행으로 수수료 수익만 건지기보다는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상품을 직접 만들어 팔려는 시도 아니겠냐"며 "보험보다 은행의 VIP 고객이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예사롭게 볼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내구성이 처지는 중소형사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를 타깃으로 삼다 보면 상품이 겹치기 마련"이라며 "과세가 강화되는 추세라 보험사로서는 세제 혜택만을 강점으로 내세워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경쟁력 포인트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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