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섣부른 정책틀 변화땐 악영향

■ 現 경제정책 당분간 유지아직 인플레 우려는 없어… '수출회복땐 변화'시사도 15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협의는 '당분간 현재의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요 경제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최근의 경기논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한 셈이다. 때문에 정부는 일단 거시정책의 틀을 바꾸기보다는 부문별 미시조정에 주력하기로 해 가계대출과 부동산가격급등억제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경제정책기조 변경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수출과 투자가 회복될 때까지 현재 기조 유지'라는 정부의 입장은 '수출ㆍ투자가 회복되면 정책의 틀도 본격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와 다름 없기 때문이다. 정책기조를 선회해야 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은 정부도 수긍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아직은 이르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수출회복이 가시화할 때까지는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 경기지표 호전 뚜렷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경기회복세가 완연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5일 '2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 1월 중 산업생산과 출하가 내수를 중심으로 3개월 연속 증가한 반면 재고는 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상황도 최악은 벗어나는 분위기다. 2월 중 수출은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단축 여파로 전년동월 대비 마이너스 16.6%를 기록했으나 올들어 1~2월 평균 증가율은 마이너스 13.2%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다소 나아졌다. 특히 1~2월 중 조업일수 1일당 수출액은 4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말, 올해 초의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KDI는 "수요측면에서 볼 때 그동안 침체돼 있던 설비투자와 수출도 부분적으로 회복 징후를 보이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 아직은 불안, 정책기조 유지 경기회복세에 따라 거시정책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간연구소의 잇따른 경기과열 가능성 경고와 정부의 부동산 억제대책이 겹치며 정부의 정책기조가 안정 위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상반기로 집중됐던 정부 재정자금 방출의 상ㆍ하반기 균형 지출도 정부가 최소한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당분간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재경부는 이날 경제정책조정협의에서 보고한 경기상황 평가자료를 통해 '현재의 경기가 내수 위주로 회복세에 있으나 회복속도와 폭을 확신하기에는 대내외적 불확실요인이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회복의 관건이 되는 반도체가격이나 미국시장의 회복속도 등 우리 수출여건에는 불확실한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재경부는 또 설비투자 역시 투자심리는 크게 개선되고 있으나 과잉설비 문제가 해소되고 투자행태가 확장 중심에서 효율ㆍ수익성 중심으로의 변화, 설비투자의 전체 증가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기조를 조정할 경우 기업투자와 가계ㆍ소비ㆍ증권시장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게 재경부의 상황 인식이다. 이날 열린 경제정책조정협의는 재경부의 이 같은 입장을 정부 경제부처 전체의 견해로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아직까지 물가상승률, 노동시장에서 인플레 우려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내수부양 위주 정책을 유지해도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 수출과 설비투자 속도가 열쇠 권오규 재경부 차관보는 "저금리 등 현재 기조가 유지돼도 미세조정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경기과열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추적해보면 조금씩 입장이 변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우선 경기과열 여부에 대한 판단의 시기다. 이달 초만 해도 상반기는 지나봐야 할 것이라던 과열 판단시기가 최근 들어 1ㆍ4분기로 앞당겨졌다. 수출과 투자가 회복되지 않는 한 현재 정책을 유지한다는 점도 역으로 수출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정책기조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존 정책기조의 수정은 1ㆍ4분기 성장률이 나오는 오는 4~5월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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