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난개발 우려 목소리 높다

구로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거듭날 것을 선포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이후 입주업체 수는 비약적으로 증가, 99년 500여 개에 불과했으나 현재 2배 이상 늘어 1,300여개의 중소ㆍ벤처기업이 자리잡고 있다.아파트형 공장도 인기가 높아 현재 운영되는 12개를 포함, 건설 중이거나 시공이 예정된 곳을 더하면 향후 20여개 이상의 공장이 들어설 전망이다. 반면 이런 외적인 확장에 비해 도로망의 확충이나 주변 인프라 시설 구축은 미흡해 입주업체들의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현재 디지털산업단지 안의 도로는 평균 폭 10~15m 정도로 과거 구로공단 시절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다. 건설 예정 중인 아파트형 공장이 완공되면 2,000여개 이상의 업체가 입주하게 되므로 업체들 역시 도로망 확충을 요구해 왔으나 대응책은 미비하다. 산업단지 내 감시장비 개발업체 H사의 한 관계자는 "업체 수가 늘어남에 따라 출퇴근 시간에는 좁은 도로 때문에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진다"고 전했다. 또 보안업체인 R사의 한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도로확장을 건의해 왔으나 공단, 구청 등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 종합적인 단지조성 계획 없이 공장만 들어서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자장비를 개발하는 P사의 한 관계자는 "단지 일대가 아파트형 공장으로 변하고 있지만 지역 자체가 전반적으로 넓어지는 게 아니라 공장만 마구 들어서고 있다"며 "분양가가 낮아 아파트형 공장이 인기다 보니 공단 측이 무분별하게 설립 인가를 내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주변 인프라 시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보안장비를 개발하는 N사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형 공장 하나에만 평균 70여개 업체가 입주, 1,000여명의 인원이 쓰고 있으나 직원용 식당, 휴식 공간 등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심지어 매일 아침 주차하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린다"고 호소했다. 비행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A사는 "테헤란에 있을 때에는 벤처센터에서 각종 시설을 제공, 관련업체들끼리 정보공유를 위한 모임을 가질 수 있었으나 디지털 산업단지 내에서는 이런 부분이 잘 지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공단 관리를 총괄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을 비롯, 관련 기관들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단공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하고자 하는 업체가 많아 공장설립 승인 허가를 쉽게 내주고 있다"며 "특히 IMF 이후 공단법 개정으로 민간 사업자들이 공장을 설립하고 있어 공단이 전적으로 관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도로망 확장과 관련해서는 "도로건설은 서울시 및 구청 등과 연계해 처리해야 하는 만큼 공단측이 직접 해결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현상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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