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中기업 글로벌화 대응을

김익수<고려대 교수ㆍ경영학과>

한중간의 기술격차가 앞으로 5년 후면 거의 없어질 것이라는 산업자원부의 발표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기업들이 자체 연구개발(R&D)투자를 확대하고 합작투자를 적극 유치한 데도 기인하지만 해외 정보기술(IT)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거나 해외 우수기업을 인수하는 것에서도 힘입은 바 크다. 실제로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의 대형 우량기업들은 오는 2010년까지 글로벌 포천 500대기업 대열에 들어간다는 목표아래 소위 ‘저우추취'(走出去)의 글로벌화 전략을 펼쳐왔으며 중국 중앙과 지방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레노보(혹은 롄샹)는 IBM PC 부문을 인수했고 하이얼ㆍTCL(이상 가전)ㆍ화웨이(통신장비)ㆍ상하이자동차 등도 외국기업 인수를 통해 취약한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을 보강한 바 있다. 한국의 하이디스ㆍ쌍용자동차ㆍ액토즈소프트 등의 기업들도 중국의 징동팡(京東方)ㆍ상하이자동차ㆍ샨다(盛大)에 의해 차례로 인수됐으며 비록 채권단의 부결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인천정유도 시노켐(SINOCHEM)에 인수될 뻔 했다. 가만히 앉아 합작투자 유치나 기술제휴를 통해 외국의 선진기술을 흡수하던 과거의 피동적 자세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인수 시도를 반드시 부정적 시각으로 볼 필요만은 없다. 이를 역이용하면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나 부실기업을 신속히 매각해 매각자금으로 신성장산업에 투자하면 산업구조 고도화나 기업 구조조정의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양국 산업기술의 호혜적 발전이나 침체된 지방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혜택 배분 약정이 명확한 한중간의 윈윈형 산업기술협력이나 중국의 투자유치는 오히려 장려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핵심 IT기업이 무분별하게 매각되거나 기술이 불법 유출되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데 있다. 해당 IT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지분매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겠지만 국내 동종업계의 기업들은 기술경쟁력 기반이 약해져 해외시장에서는 물론 중국 내에서조차 중국제품에 밀려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이 같은 벤처 CEO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막기 위해서는 핵심 IT기업의 졸속 매각이나 기술의 불법 유출을 막기 위한 법ㆍ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 부처간의 의견 불일치로 국회에 계류 중인 ‘첨단기술유출 방지법’도 외국과의 기술협력을 저해하는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기술경쟁력 보존 차원에서 문제점을 보완해 법제화돼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도 자국 내 외국 자회사가 전략기술을 이전받을 경우에는 이를 수출로 간주해 통제하는 ‘의제수출’(deemed export control) 조항을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에 명시하고 있다. 우리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일부 핵심 IT업종에 대해서는 기술의 선진도, 국내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 등을 고려해 차등적 심의와 보안관리를 하는 ‘기술보안등급제’를 시행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 검사장비, 2차 전지, 4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경우 아무런 심의 절차도 없이 알짜배기 IT기업이 외국기업에 쉽게 매각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ㆍ산업연구원ㆍKOTRA 등의 기관들도 외국 기업의 대한(對韓) 직접투자와 기업 인수합병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한국 산업 기술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인수합병시의 문제점과 성과를 철저히 분석해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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