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인터뷰] 데일 조겐슨 하버드대 교수

반도체부문 기술박전 지속되면 내년이후 높은 성장세 전망 "현재의 미 경제 상황을 30년대 초나 90년대 초반 경기 침체기와 비교해 보면 최악의 순간은 일단 지나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2003년부터는 경기가 장기 추세선에 다가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 후 정보통신산업, 특히 반도체 부문의 기술발전이 지속되면 미 경제가 역사적 평균치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뉴욕증시의 주가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가운데 미 경기의 바닥논쟁이 활기를 띠고 있다. 데일 조겐슨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미 경기가 바닥을 지났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경기 순환론적 관점에서 미 경기 논쟁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조겐슨 교수로부터 현재 미 경기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미 경제는 90년대에 놀랄만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의 기술발전과 가격하락에 따른 투자 증가 및 노동생산성의 증가가 90년대 후반 미국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반도체 기술발전은 컴퓨터 및 컴퓨터부품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지만, 이 외에도 자동차ㆍ항공기ㆍ정밀도구 및 기타 여러 산업에서도 생산원가를 낮추고 제품의 성능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 반도체 기술발전으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고, 컴퓨터, 컴퓨터 주변기기 및 소프트웨어의 가격도 하락했습니다. 지속된 가격하락에 대한 반응으로 기업, 가계, 정부는 다른 유형의 자본재에 비해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렸습니다. 이에 따라 컴퓨터 처리속도가 증가하였고 노동 및 자본의 생산성도 높아지며 경제 성장을 이끈 거지요. -반도체 가격하락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90년대 중반 반도체 가격이 갑자기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반도체 가격하락은 1947년 벨 연구소에서 반도체의 전신인 트랜지스터가 처음으로 개발된 때부터 지속돼 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중반에는 반도체 산업의 제품주기가 3년에서 2년으로 빨라지면서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더욱 가속화 된 것입니다. 컴퓨터 칩의 발전속도를 나타내는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18개월에서 24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칩이 나오며, 이 때마다 칩 한 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지난 29년 간 칩 한 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연간 34%의 속도로 증가, 무어?법칙을 정확히 따라 왔습니다. 이 같은 칩 기능 향상 속도 만큼이나 빨리 칩 가격도 하락했습니다. 74년에서 96년 사이 메모리 칩의 가격은 연간 40.9%의 속도로 하락했습니다. 그러다가 94~95년 제품주기가 3년에서 2년으로 빨라지면서 메모리 칩 가격의 하락속도는 두 배 이상 증가, 연 90%대에 이르게 됐습니다. -반도체 가격하락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민간부문의 투자수준은 적절한 상태라고 봅니다. 정부의 특별한 지원책은 필요없다고 여겨집니다. 미 정부가 민간기업과 함께 시작했던 반도체 사업도 지금은 민간 기업들에게 완전히 넘겨졌습니다. 현 반도체 산업의 특징은 국제분업체제가 정착돼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선진국과 후진국이 디자인과 생산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도체 연구의 효율을 높이고 기업간 경쟁도 심화 시켜 제품주기의 단축에 기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기업들은 엄청난 자금 조달력을 과시, 정부의 특별한 지원책이 필요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미 경기 호황이 장기화되면서 경기순환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소위 신경제라는 것인데요. 지금은 신경제에 대한 기대가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 데요. ▦90년대의 호황은 경기순환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만큼 아주 특이한 것이었습니다. 실업률이 이전의 7%대에서 4% 밑으로 떨어진 채 10년 가까이 유지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경기순환이 사라졌다고 한 건 무리한 주장으로 다수 경제학자의 지지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경기순환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90년대에 처음 부각된 것은 아닙니다. 60년대의 호황기에도 저실업, 저인플레가 지속되자 새로운 경제가 도래했다며 경기순환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퍼져나간 적이 있습니다. 90년대가 특이하기는 했지만 유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요. 90년대의 호황은 경기고점이었던 2000년 3월 이후 주식시장의 버블이 붕괴되고 기업 도산이 증가하면서 끝을 맺었습니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의 목표가 경기과열진정에서 경기하락 방어로, 정책기조는 고이자율에서 저이자율로 전환되었습니다. 실업률도 다소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경기순환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지요. -인터넷혁명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壙固奮矗資?18세기의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90년대 기술발전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반도체 부문이었습니다. 반도체 부문의 기술발전은 30년 이상 지속된 것으로, 일회성 발견이나 발명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무어의 법칙을 생각해 보면 1년 반에서 2년 만에 한 번씩 새로운 발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발달은 반도체 부문의 발전에 비해 역사적 의의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보통신산업 전체를 고려하더라도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중요도를 갖는 것으로 말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넷은 90년대 이전 이미 기업, 대학, 군사부문에서 활용된 바 있고, 90년대에 상용화 되면서 일반인의 관심을 끌게 된 것입니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에 비교해 보면, 인터넷혁명에서 새로운 기술의 발명은 없었던 셈이죠. -신경제와 인터넷 혁명에 대한 실망감이 미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양산한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미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현 미 경제의 침체는 주가하락으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며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부터 도산되기 시작해서, 전 산업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기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공황기 1929년에 고점에 도달한 주식시장이 바닥에 도달하는 데 4년이 걸렸습니다. 2000년 초에 고점에 도달한 주식시장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기침체 초기에는 통신산업과 항공산업에서의 기업 도산율이 높았습니다. 이들 산업은 고가의 장치를 필요로 하여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전 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금융권도 위기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기업과 금융권의 구조개혁을 위한 적극적 미시정책이 필요해 진 것이지요. -앞으로도 미 경제가 90년대에 보였던 속도로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요? ▦미 경제가 90년대식의 고성장을 계속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우선 90년대에 나타났던 노동시간 증가세는 재현되기 어렸습니다. 노동시간의 증가속도가 노동력의 증가속도를 훨씬 초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동시간의 증가세가 둔화되더라도 그 동안 쌓아온 노동생산성 증가의 혜택은 지속될 것입니다. 정보통신기기의 가격 하락도 계속 돼 기업들의 정보통신기기 구매는 지속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생산성 증가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90년 대의 급속한 생산성 증가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속단입니다. 생산성 증가율이 지속될 것인지는 반도체 산업의 제품주기가 계속 2년으로 유지될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90년 대 중반 반도체 제품주기가 2년으로 짧아진 것은 세계 반도체 업계의 경쟁 심화에 따른 것입니다. 앞으로도 2년 제품주기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업체는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 있고 그 결과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미 경제성장률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치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2001년판 '국제반도체기술길잡이'는 2005년까지 2년 제품주기가 지속되다가 이 후 제품주기가 3년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 같은 예측을 바탕으로 미 경제의 추이를 전망해 볼 수 있습니다. 2년 제품주기와 3년 제품주기를 이용, 미 경제성장률 예측치의 최대값과 최소값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비트사이클이 2005년까지 2년, 이후 3년이 될 것으로 가정하면 미 경제의 연간 성장률은 3.4%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2005년 이후에도 2년 제품주기가 지속된다면 성장률은 3.8%까지 높아질 수 있고, 2005년 이전에 제품주기가 3년으로 늘어날 경우, 성장률은 2.4%까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노동력 증가율에 큰 변화가 없는 한 1995~2000년까지의 미 성장률 4.1%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그럼에도 현재 거론되고 있는 미 성장률은 역사적 평균치인 2.4~2.9%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입니다. -보다 단기적 전망은? ▦당분간 미 경제는 잠재성장률인 3.3%에 밑도는 성장세를 보일 것입니다.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권의 부실채권 감소를 위한 미시정책은 효력을 발생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올 1ㆍ4분기 미 경제는 연율 8.6%로 성장, 매우 빠른 회복속도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2ㆍ4분기 들어 성장률이 1.2% 다시 하락했습니다. 이는 금융권의 부진이 위기수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2003년에는 경기가 장기추세선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추가로 이자율을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고, 감세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봅니다. 아마도 90~91년의 경기회복기의 패턴을 따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대회가지<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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