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론스타 문제, 끝의 시작인가


지난 5월12일 오후 4시 필자는 학회장에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관심 중 많은 부분은 여의도에 가 있었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금융위원회 긴급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었다. 시장은 출렁였고 금융위의 판단에 대한 격한 반응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론스타가 국제투자자중재에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러나 필자는 안도했다. 비로소 '끝의 시작'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끝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면서 이 문제와 연관된 여러 주체의 입장을 정리해본다. 먼저 론스타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결정이 론스타만 더 좋게 해줬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만일 론스타가 정말 유리해졌다면 감독당국에게 절이라도 해야지 왜 소송 운운하겠는가. 론스타는 한국 진출 이래 가장 불안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외환은행 인수 때부터 론스타를 유령처럼 따라다니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문제가 마침내 전면에 부각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여기서 의문을 제기할지 모른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문제였는데 뜬금없이 다 끝난 비금융주력자 문제가 왜 다시 논란이 되는가라고. 대답은 이렇다. 외환카드 주가조작만이 문제라면 감독당국이 승인을 보류할 이유가 없다.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안달인 론스타는 설사 벌금 몇 푼을 더 내더라도 빨리 인수승인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금융위 역시 시한폭탄인 이 문제를 적당히 체면 차리면서 역사 속으로 밀어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감독 당국이 인수 승인을 사실상 보류했다면 진정한 이유는 다른 사연 때문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비금융주력자 문제다. 이 문제는 론스타의 모든 것을 앗아갈 잠재력을 가진 핵폭탄이다. 지난 12일의 결정은 감독 당국이 이 문제를 덮지 못한다는 시그널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론스타는 불안한 것이다. 다음은 하나금융지주다. 하나는 이번 금융위 결정으로 큰 위기에 처했다. 하나는 이를 금융위에 대한 격렬한 비난으로 해소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하나가 위기에 처한 진정한 이유는 감독당국의 태만 때문이 아니라 하나가 비금융주력자 문제라는 지뢰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애써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주가는 하락하고 주주들은 섭섭해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이사들은 자신의 결정이 과연 회사 및 주주의 이익과 합치하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특히 론스타와의 주식매매 계약이 비금융주력자 여부에 따른 법률적 위험을 충분하게 통제하고 있는지 확실히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위다. 지난 12일의 결정으로 금융위는 극단적인 잘못의 가능성에서 발을 뺐다. 그러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고 금융위는 하루빨리 이를 해결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무조건 결정을 미루는 것은 자칫 투자자 과실 송금을 고의적으로 방해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반대로 섣부른 결정은 또 다른 소송과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 심지어 검찰 수사를 자초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은행법대로 해야 한다. 그것만이 각종 소송에서 금융위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생존책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것은 땅에 떨어진 감독당국의 위신을 바로 세우고 진정한 금융감독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기도 하다. 김석동 금융위 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대로 할 때, 그리고 그 때에만 이 문제가 풀릴 수 있고 그 결과로 본인도 살고 부하직원도 살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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