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서의 땅'에서 청년 예수를 만나다

이스라엘 '갈릴리'<br>산상수훈 팔복교회…나눔 기적 오병이어교회…<br>그리스도 공생애 시절 발자취 남아있는 성지<br>역사 기행속 다양한 교회 건축·미술 정취 만끽

예수가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여 군중을 먹이는 나눔의 기적을 행한 갈릴리 지역 타브가 언덕에 위치한 '오병이어 교회'는 단순함 속에 경건함을 내뿜는다. 제단 앞 쪽 바닥에서는 5세기께 비잔틴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물고기와 빵 장식을 볼 수 있다.

갈릴리 호수에 인접한 '베드로 수위권 교회'.

산상수훈 언덕에 자리잡은 '팔복교회'.

"과거 사람들이 교회미술을 통해 종교를 봤다면 현대인은 종교미술을 통해 현실을 바라봅니다." 미술사학자이자 '성서, 미술을 만나다'의 저자 김현화씨의 말이다. 기독교의 중요한 성지 순례지인 이스라엘 갈릴리 지방에서 더욱 절실하게 와닿은 말이기도 하다. 남북으로 긴 지형의 이스라엘에서도 북부 갈릴리 지방은 모래먼지보다는 초목이 많고 물도 풍부해 비교적 비옥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나사렛에서 성장한 청년 예수 그리스도는 이곳 갈릴리에서 제자들을 모으고 군중을 가르치며 공생애(公生涯)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성경과 관련된 다양한 교회 건축물이 분포돼 있다. 교회 건물은 굳이 종교적인 신념으로 찾아가지 않더라도 고요하고 경건한 그곳 공기를 들이마시고 제작 당시 건축과 미술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산상수훈의 팔복교회=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갈릴리 언덕에 모아 앉히고 복된 사람이 되기 위한 8가지 길을 가르쳤다. 갈릴리 호수 서북부의 가버나움과 게네사렛 사이에 위치한 언덕은 '산 위에서 설교를 행했다'고 해 '산상수훈(Sermon on the Mountain)'의 언덕이라 불린다. '팔복(八福)교회'는 바로 이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가난한 마음에 복을 부르듯 작고 소박한 교회지만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바를루치(1884~1960)가 설계한 작품이다. 8가지 복을 상징하는 팔각형 지붕에 내부 역시 팔각형 구조이며 8개의 유리창에 라틴어로 팔복의 내용이 적혀 있다. 원래 4세기 비잔틴 시대에 처음 성당이 세워졌으나 614년 이슬람의 침입으로 파괴됐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건물은 지난 1939년에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지원으로 프란치스코 수녀회가 다시 세운 것이다. 흰 치맛자락을 날리며 미소로 반기는 나이 든 수녀님들과 미사 시간에 맞춰 교회당으로 달려가는 신부님의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5,000명을 먹인 오병이어교회=팔복교회로부터 3㎞가량 떨어진 타브가 지역에 오병이어(五餠二魚) 교회가 있다. 예수가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에 축복을 내려 5,000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였다는 성경 내용의 바로 그곳이다. 기원후 380년께 스페인 순례단이 이곳에 교회를 세웠으나 역시 이슬람에 파괴됐다가 1888년 독일의 '가톨릭 팔레스틴 미션'이 이 부지를 사들여 재건했다. 땅의 색을 닮은 베이지색 벽돌과 붉은색 지붕이 단아하면서도 당당하다. 높지 않은 아치 행렬을 지나 교회 내부로 들어서면 가운데 제단이 보인다. 7세기 때 교회가 파괴된 후 1,300년 동안 버려졌던 것이 건물 재건 때 복원됐다. 조금 가까이 다가가면 그 바로 앞에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로 표현된 물고기와 빵 장식이 있다. 고고학자들이 발굴해낸 5세기 때의 작품인 만큼 꼭 찾아봐야 한다. 여행을 함께한 히브리대 성서학과에 재학 중인 손문수 목사는 "굳이 신앙적 접근이 아니더라도 이곳 성지를 방문하면 역사ㆍ지질학적 접근과 경험론에 입각해 성경 내용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교황 권위의 베드로 수위권 교회=갈릴리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부 출신의 베드로는 예수의 제자가 됐으나 스승이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후 세 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부활한 예수를 만나 뉘우친 다음 복음 전파의 최전선에 나섰다. 오병이어 교회와 같은 타브가 지역에 갈릴리 호숫가 바로 옆에 있는 '베드로 수위권(首位權) 교회'는 그 베드로를 생각하게 하는 장소다. 부활한 예수가 베드로를 바라보며 "나를 사랑하느냐"고 거듭 묻고 확인했던 성서 내용이 서려 있다. 베드로는 "주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매 내가 주를 사랑하는 것을 아시나이다"라고 답했고 예수는 눈물짓는 그에게 "내 어린 양들을 잘 돌보라"고 당부했다. 이를 형상화한 청동 조각은 자신의 신념을 굽힌 적이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한다. 가톨릭에서는 이를 예수가 자신의 권한인 수위권을 베드로에게 맡기는 뜻이라 해석하고 교황의 권위가 이곳에서 시작된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교회 역시 4세기에 세워졌다가 이슬람 통치기인 1263년 파괴됐다. 그나마 십자군 시대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호숫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었다고 한다. 1933년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임시 교회를 세웠고 1982년 오늘날의 교회가 세워졌다. 내부에는 예수가 제자들과 식사했다는 큰 바위가 순례객들을 맞는다. 눈을 돌리면 벽을 장식한 스테인드 글라스 장식이 보인다. 중동의 강렬한 햇빛이 성스러운 유리창을 투과하는 순간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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