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기업인 소환인가

해마다 국정감사 때가 되면 국회와 재계는 한바탕 신경전을 치른다. 기업인들의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놓고서다.

더구나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이번 국정감사에는 기업인 소환을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높았다.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강하게 몰아붙이면 득표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국회의 출석 요구로 이번 국정감사에는 김억조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우수 삼성전자 부사장,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반면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오너들은 국정감사 기간에 맞춰 줄줄이 해외출장을 떠났다.


이를 놓고 기업인들이 국회를 무시한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물론 대기업 총수 등 일부 기업인들이 국정감사장에 나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출국길에 올랐다는 의혹도 부인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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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장에 기업인을 불러놓고 보인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국정감사 출석을 꺼리는 기업인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달 초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나왔던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이날 의원들은 삼성 측이 지난 2007년 발생한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보상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예전의 주장만 되풀이했고 노 사장 역시 "피해 지역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간단한 답변을 하기 위해 오전 내내 증인석을 지켜야 했다. 태안 사태 해결을 위한 발전적 방안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다.

정치적 속셈으로 국정감사에 기업인들을 대거 소환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기업인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느라 일초가 아까운 시기다.

다음 번 국정감사부터는 기업인들의 증인 소환을 최소화하면서 정치권과 재계가 경제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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