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지원 '아름다운 승자로 우뚝'

시드니의 '아름다운 패자'가 아테네의 '당당한승자'로 우뚝 섰다. 27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이 열린 팔리로스포츠센터. 마리암 바(코트디부아르), 소냐 레예스(스페인), 이리디아 브랑코 살라자르(멕시코)를 연파하고 결승 매트에 선 장지원(삼성에스원)에게 4년 전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흔히 '바늘구멍'으로 불리는 국내 대표 선발전을벌이던 태릉선수촌 개선관. 같은 한체대 팀 동료였던 정재은과 최종 선발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장지원은 경기 종료 10초를 남기고 갑자기 코치가 타월을 던지자 하늘이 무너지는듯 했다. 태권도 대표팀의 시드니올림픽 금메달 전략을 짜던 한체대 코치진이 내부적으로아무래도 국제경험이 많은 정재은에게 올림픽 티켓을 밀어주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 차라리 1점 차로라도 지고 떨어졌으면 덜 억울했겠지만 장지원은 절친한 친구정재은에게 '금메달 보증 수표'나 다름없던 올림픽 티켓을 기꺼이 양보했다. 정재은이 시드니올림픽 여자 57㎏급에서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태권도대표팀의 '밀어주기 전략'은 성공했지만 그 이후 장지원은 남모를 아픔 속에 오랜슬럼프에 빠져 인고의 세월을 곱씹어야 했다. 2000년 홍콩 아시아선수권과 2001년 제주 세계선수권 페더급에서 우승했으나 2002부산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다시 선발전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장지원도 2002년과 지난 해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을 때는 운동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장지원은 지난 95년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해 줄곧 대표급으로 뛰었지만 정작 종합대회 금메달과는 지독히도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생일을 사흘 남겨둔 이날 장지원은 결승에서 힘찬 발차기로 미국의 복병니아 압달라를 꺾고 그토록 애타게 기다려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 일만 남았다는 말'을 태릉선수촌에 개선관에 남기고 아테네로 날아온 장지원이 당당한 승자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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