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집사 박용성' 나머지 형제 살렸다

구속 0순위 선처로 연쇄 불구속 불가피했을듯

검찰이 10일 회삿돈 326억원을 횡령한 두산그룹총수 일가 4명을 전원 불구속 기소키로 한 데는 박용성 전 회장의 입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중간 수사 발표에서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박 전회장이 구속될 경우 국익에 상당한 손실이 초래될 수 있는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구속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전회장에게 법과 원칙의 잣대를 들이대면 구속해야 마땅하나 수사 외적인 요인을 고려해 선처를 했다는 얘기다. 박 전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 결정은 상대적으로 범죄 혐의가 경미한 나머지형제들의 신병 처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조사 결과 박 전 회장은 총수 가족의 `집사' 역할을 해 오면서 (그룹 부회장이라는) 직위와 무관하게 재무관리 전반을 맡아왔고 비자금 관리를 해온 사실이드러났다. 사실상 그룹 비리의 정점에 박 전회장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4형제 가운데 1명을 구속한다면 박 전회장이 `0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셈이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계와 체육계 등에서 차지하는 박 전회장의 입지는 검찰로 하여금 `국익'을 고민토록 했고 결국 당사자는 물론, 모든 형제들에 대한 불구속 기소결정을 이끌어냈다는 게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총수 일가 선처는 비리의 정점인 박 전회장을 불구속하는 마당에 곁가지인 다른형제들을 구속할 수 없었기 때문에 취한 궁여지책이었다. 총수 가족의 비리를 처음 폭로했던 박용오 명예회장은 수사 결과 횡령 액수가오히려 박 전회장보다 많았지만 실제 관리는 박 전회장이 주도적으로 한 점이 고려돼 신병처리 결정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은 가족 비자금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회사 공금 40억을유용했지만 셋째 형인 박 전회장의 그늘을 빌려 불구속 기소될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총수 가족 집사 역할을 물려받아 각종 자금 및 재무관리를 한 박 전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 인프라코어 상무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설사 혐의가드러났더라도 아버지와 함께 불구속됐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형제 경영으로 이름을 떨쳤던 두산그룹 총수 가족이 수십 억~수백 억대 횡령을저지르고도 박 전회장의 입지를 빌려 일단 옥살이를 면했으나 재판에서도 덕을 볼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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