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CEO/SK텔레콤 조정남사장] CDMA 세계 첫 상용화 일등공신

조정남(58) SK텔레콤 사장.그는 지난해말 이 회사에선 처음으로 내부승진 사장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국내 최대이자 세계적인 무선통신회사의 사령탑을 맡았다. 부사장으로 승진한지 불과 9개월만의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SK에 몸담은지는 34년만의 일이었다. 결코 징검다리식 승진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趙사장은 지난 66년 대학(서울대 화학공학과)을 채 졸업하기도 전에 SK㈜(당시 유공)에 입사, 올해로 34년째 SK에만 몸담아 골수 SK맨이다. 오늘의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펙스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수펙스란 「수퍼 엑설런트(SUPER EXCELLENT)」의 줄임말로「인간이 달성할 수 있는 극한치를 찾아 목표로 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의미다. 고 최종현 SK회장의 경영철학이자 SK의 사시라고 할 수 있다. 趙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펙스 전도사다. 수펙스의 정신을 강조하는 일에 관한 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SK텔레콤 사장 취임식에서도 가장 먼저 꺼낸 얘기가「수펙스」였다. 고 崔회장이 수펙스이론의 창시자라면 손길승 현 SK회장과 趙사장은 앞장 서서 이론을 설파한 전도사로 꼽힌다. 부사장 승진 9개월만에 SK 주력 계열사의 사장으로 오른 것도 이같은 趙사장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는게 주위의 평이다. 당연히 SK텔레콤에서 그의 경영도 바로 수펙스 추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 핵심은 구성원 하나하나의 창의력을 최대한 유발시키는 것. 趙사장은 『전 직원들이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어 주고, 아울러 실패에 관대할 수 있는 풍토가 창의력 발현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고 남을 탓하지 않는 자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는 말되, 실패자체에 대한 책임까지 피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정신자세를 지적하는 것이다. 그래서 趙사장은 책임경영을 특히 강조한다. 그는 취임사에서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몇시에 출근했고 근무시간에 당구를 쳤는지는 묻지 않겠다. 그러나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는 꼭 묻겠다.』 그는 또 SK텔레콤의 향후 경영방침에 대해 『SK텔레콤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힘의 원천을 파악해 우리가 일등할 수 있거나 현재 일등하고 있는 것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류나 삼류 밖에 되지 않는 것은 타기업과 제휴하거나 아예 외부에 맡겨야 한다』 실제로 그는 과감하게 기존 사업부문을 전략기술·전략지원·무선사업·신규사업 등 4개부문으로 통폐합, 조직구조를 새롭게 설계했다. 수펙스 추구를 위한 틀을 갖춘 것. 趙사장은 수펙스를 아랫사람들에게 주문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4년전인 95년 3월, 그는 갑자기 SK텔레콤(당시 한국이동통신)으로 발령을 받았다. 난샌 처음으로 통신분야를 맡은 그에게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을 상용화하라는 지상명령이 떨어졌다. 그의 말대로 「몸속의 피를 전부 바꾸는 것보다 더 애가 타고 고통스럽던」 시간들이 지나고 마침내 96년 1월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CDMA기술로 디지털 이동전화서비스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CDMA는 처음엔 「국내용」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관련업체들이 브라질·중국·캐나다·필리핀·이스라엘 등 해외시장에 착착 진출하는 등 한국기술을 세계화한 대표적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趙사장 입장에선 CDMA상용화가 수펙스 정신을 몸소 실천에 옮긴 사례다. 평소 온화한 성품의 그였기에 상용화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저돌성은 직원들에게 「무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새로 심어주었다.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요소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야만 한다. 나 역시 33년간을 직장생활 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다. SK㈜에 있을 때는 경영권이 세번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한번도 남의 탓으로 돌려본 적은 없다』고 趙사장은 말한다. 그는 지금 또 하나의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를 앞두고 있는 어려운 시점에서 사장이 된 때문이다. 즉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趙사장은 『이동전화는 조만간 SK텔레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캐쉬카우역할 밖에 하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 위주로 급변하는 사업조류에 맞춰 새로운 사업을 모색, 변신하는 작업을 이미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허를 찌르며 단말기 자체 생산에 나선 것이나, 인터넷 기반의 사업을 위해 넷츠고서비스를 시작한 것, SK텔링크를 통해 국제전화 서비스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다 그같은 맥락이다. 그는 특히 이제 막 시작한 여러가지 사업들을 한데 묶어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趙사장은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미래 통신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변수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IMT-2000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지금은 이동전화서비스와 IMT-2000을 연결시켜 주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이 기존의 이동전화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장기 비전 수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내 인트라넷에 「비전마당」을 설치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장기적인 사업구도를 짜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제 2005년 매출 15조원, 세계초일류 종합통신회사라는 험난한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수펙스 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가 어떻게 핵심적인 요소를 끄집어내서 목표를 달성해 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趙사장은 전주고 37회 출신. 재계 호남인맥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한광옥 국민회의 부총재, 박정훈국민회의 의원, 이종률 전 국회사무총장 등과 동기다.【글 백재현 기자, 사진 신재호 기자】 약력 ▲41년 전북 전주생 ▲61년 전주고 졸업 ▲6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66년 SK㈜(舊 유공) 입사 ▲78년 SK㈜ 기술부장 ▲87년 SK㈜ 이사(엔지니어링 담당) ▲92년 SK㈜ 상무이사(기술담당) ▲95년 SK텔레콤 입사(전무) ▲95년 SK텔레콤 서비스 생산부문장(전무) ▲98년 SK텔레콤 부사장 ▲98년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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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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