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험사회’의 자기성찰/이부영 국회의원·민주당(로터리)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풍요사회」를 향한 근대화의 과정이 「위험사회」로 귀착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산업사회의 원리 자체에 대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구성하자는 「성찰적 근대화」(reflexive modernity)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서구적 근대화의 내적 한계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지금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최근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는 10대들의 탈선 광경은 도대체 지금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묻게 한다. 어른들이 동물적인 생존경쟁에 내몰려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수많은 아이들은 망가져가고 있다. 약물, 섹스, 폭력에 젖어 허우적대던 서구 10대들의 모습을 우리 10대들이 이렇게 답습해야 하는 것인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이대로 그냥 갈 때 10년, 20년 후 그들이 우리 사회 어느 곳에 서 있을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10대들의 걷잡을 수 없는 탈선은 어쩌면 좌표를 상실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풍요사회」의 만족감보다는 「위험사회」의 불안감이 만연한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기업의 부도사태같이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 이외에도 노사갈등, 실업과 고용불안, 환경문제와 생태위기, 사교육비 문제, 안전사고로부터의 위협 등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풍요시대를 구가하게 되었다는 자축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작 우리의 삶이 갈수록 고달프게만 느껴지는 것은 웬일일까. 지금 우리에게야말로 성찰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너도 나도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정작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잊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쟁지상주의가 몰고온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분열증은 인간성에 대한 존중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간의 피폐화를 초래한 서구적 근대화의 한계를 어리석게 답습하고 있을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얼굴을 한 발전」이라는 새로운 근대성을 모색하는 노력에 착수해야 할 시점에 우리는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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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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