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지분 인수'가 걸림돌… 채권단 '추가 당근책' 필요할 듯

LG, 하이닉스 위탁경영 하나<br>"관심 없다" 불구 그룹 내부서도 "인수" 목소리 높아<br>'5%+경영권 보장'外추가 투자비부담 경감이 관건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이 최근 경영권 위임 카드까지 꺼내들며 새 주인 찾기에 분주하지만 하늘에서 바라본 경기도 이천의 하이닉스 공장은 애탄 심정을 감춘 듯 평화롭기만 하다. /서울경제DB

LG그룹은 하이닉스반도체 문제에 대해 여전히 '관심 없다'는 공식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LG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전혀 변함이 없다"며 "위탁경영이든 지분매입이든 하이닉스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LG그룹으로부터 '하이닉스 위탁경영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낸 것 자체가 LG그룹의 의중과 무관한 '채권단의 일방적인 러브콜'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채권단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LG측이) 하이닉스 위탁경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위탁경영의 신뢰구축을 위해 LG측에 하이닉스 지분을 3%가량 인수해달라고 요청해 놓았으나, 지분인수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해 절충점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전한다. LG측은 '어떤 형태로든 하이닉스 문제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채권단은 '위탁경영은 기정사실이고 지분 인수 여부를 놓고 실갱이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LG그룹 내부에서도 하이닉스를 인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주회사법 상 투자제한, 많은 자금 소요 등 LG그룹의 하이닉스 인수에는 제약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를 고려한 사업 포토 폴리오를 맞추기 위해서는 하이닉스 인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없는 것이 아니다. 재개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를 놓고 LG그룹 내부에서는 토론이 있었는 데 이 때 인수 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대외적으로 인수불가가 결정됐지만 내부 논의 과정에서는 찬성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LG그룹 내부에서도 조심스럽게 하이닉스 인수론이 고개를 드는 만큼 협상의 타결 여부는 채권단이 추가로 '당근'을 꺼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5%이내의 소수 지분만을 인수해도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인수자의 지분 매입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차원인데 이와 더불어 인수후 추가 투자비 부담도 확실히 덜 수 있는 방안이 곁들여져야 매수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LG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다고 해도 신제품 개발과 생산력 확대 경쟁이 극심한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년 2조원 안팎의 시설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비해 반도체 업황은 경기에 매우 민감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가뜩이나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이 극심한 내수침체를 겪고 있어 LG로선 이 같은 투자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의 일원인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하이닉스 인수자에겐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격인 크레딧라인을 줌으로써 시설투자금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다만 채권단이 하이닉스 인수자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 카드를 내놓을 수 있으려면 정치적ㆍ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22일 효성이 하아닉스의 인수전에 단독으로 뛰어들었다가 40여일만에 하차한 것도 정치권과 여론이 특혜 시비를 제기하며 압박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따라서 LG그룹 입장에선 제 2의 효성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감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채권단은 최악의 경우 제 3의 카드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 사장도 하이닉스 매각이 올해말까지 불발될 경우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모펀드(PEF)를 구성해 인수하는 방식인데 이후 하이닉스가 독자생존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한 채권 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외환은행의 매각을 원활히 하기 위해 채권을 최대한 빨리 회수하려는 론스타를 제외하면 다른 채권 기관들은 당장 시간에 쫓기는 상황은 아니다"며 "LG에 대한 경영권위임 제안도 채권단 입장에선 최후의 궁여지책은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간의 위탁경영 안이 부상하면서 하이닉스 매각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권단에 따르면 주주협의회는 '선 위탁경영, 후 지분매입'을 희망하고 있고, LG는 위탁경영에는 거부감이 없으나 지분매입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위탁경영에 대한 LG그룹의 공식 입장은 '관심 없다'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2차전지, 태양전지 등 신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라며 "아울러 하이닉스의 위탁경을 맡을 전문 경영자도 없다"고 덧붙였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여러 안을 생각할 수 있으나, LG그룹의 현재 공식 입장은 방식에 상관 없이 하이닉스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공식 입장과 달리 LG그룹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공식입장과 달리 채권단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그룹 내부에서 위탁경영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위탁경영 안에 대해 LG그룹이 현재의 공식 입장처럼 '인수불가'가 지속될 지, 아니면 새로운 인수매입 방식에 합의를 이끌어 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