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22일] IT, 新성장동력 재도약하려면

외환위기 이후 추석경기가 이토록 나빴던 적이 없다고들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고유가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생산 및 소비가 얼어붙은데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경기마저 날로 악화돼 명절인데도 불구하고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민경제의 침체는 지난 10년간 우리경제를 이끌어온 정보기술(IT) 산업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천타천으로 IT강국이라 불리고 있으나 산업으로의 IT를 깊이 들여다보면 IT강국이라는 이미지가 무색해진다. 세계 IT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껏해야 2~3%에 불과하다. 제조업분야에서는 삼성ㆍ현대 등 세계적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나 IT분야에서는 내세울 수 있는 세계적인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소기업으로 내려가보면 사정은 더 어렵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제한된 국내시장을 놓고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살 깎아먹는 피 말리는 경쟁 속에서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IT분야에는 성공신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우수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IT벤처들의 창업과 투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것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극복한 지난 2003년 이후 IT 산업은 오히려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한때 대한민국의 최고 성장동력산업으로 부동의 위치를 고수해왔지만 이제는 IT가 한국을 먹여 살릴 성장동력 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사람이 점차 줄고 있다. 또 저임금ㆍ고강도 노동의 특성 때문에 우수인재들은 IT를 기피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IT” 속에는 놀라운 성장잠재력과 기회가 내포돼 있다. 과거의 IT는 IT 그 자체로 성장했지만 앞으로의 IT는 모든 산업의 기초 인프라로 무궁무진한 발전동력을 가지고 있다. 소위 잘 나가는 전략산업인 서비스ㆍ금융ㆍ유통ㆍ환경ㆍ에너지ㆍ의료 등의 산업만 보더라도 이들 산업의 발전이 IT와의 융합 내지 IT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것을 꿰뚫어보는 식견과 정부차원의 전략적이고도 체계적인 투자와 육성시책이다. 우선, 유망 IT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의료기기, 태양열 전지, LED 등 IT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ㆍ환경ㆍ의료 산업 등은 앞으로 고도성장이 예상되는 유망 분야이나 이들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에서 일부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기는 하나 충분하지 않고 그나마도 기술개발의 효율성이 극히 낮은 편이다. 정부는 이 분야의 전문 인력 육성과 함께 보다 과감하고도 효율적인 투자 또는 지원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IT에 대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IT 산업의 위험도가 높은 이유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구매할 소비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사실 중기우대구매제도ㆍ기술인증제도가 있기는 하나 실제 활용되는 예는 극히 드물다. 정부 기관들조차도 국내기술은 못 믿겠다면서 외산을 구매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계약구조와 행태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IT 산업의 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또한 일부 대기업에서 중소 IT 업체에 저가 하도급을 주는 횡포 등을 공정거래차원에서 엄정하게 다뤄야만 한다. 끝으로, IT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IT 산업의 낮은 보상과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국내에서의 인력양성은 한계가 있으므로 해외 인적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 원천기술의 국내 회귀를 촉진하고 나아가 해외 기술 인력들이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실질적인 IT 산업의 도약은 이제부터다. 정부는 IT 산업의 자금ㆍ시장수요ㆍ인력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지금까지 쌓아올린 IT 기반을 토대로 신성장동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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