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ㆍ달러 및 원ㆍ엔 환율의 급등세는 원화 약세보다는 달러화와 엔화 강세 탓이다. 전세계적인 신용 경색의 여파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엔 캐리 트리이드 자금이 청산되면서 달러화와 엔화가 전세계 다른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앞으로 원ㆍ달러 및 원ㆍ엔 환율의 움직임도 달러화와 엔화가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저항선인 950선을 돌파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원ㆍ엔 환율은 830엔 위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원ㆍ달러 환율 950선 돌파할 듯=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파장은 앞으로 2년 정도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주기적으로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 주식 등 위험자산보다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미국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에 투자했던 달러화를 환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주식 펀드에 넣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보다 신흥시장의 주가가 더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단기적으로 달러화가 부족한 실정이다. 외화대출 용도 제한, 단기외화차입 규제, 지속적인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에 따른 달러 수요 가능성 등도 원ㆍ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외국환 은행들이 과거 달러를 팔아치워 환율 하락을 부채질한 만큼 달러 부족의 리스크도 져야 한다”고 달러 유동성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원ㆍ달러 환율도 단계적으로 저점을 높이며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강력한 저항선인 950원을 뛰어넘는다면 120일선인 970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 급등 제한적일 듯=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지난달 25일 이후 달러 대비 원화 절하율은 -3.42%(16일 현재)다. 유로화(-2.87%), 파운드(-3.63%), 뉴질랜드 달러(-12.17%), 호주달러(-7.16%)보다 특별히 약세를 나타냈다고는 보기 힘들다.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원ㆍ달러 환율도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수요 측면에서 안전자산 선호도를 높여 달러 강세를 불러왔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주택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소비위축,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3ㆍ4분기 이후 미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이번 서브 프라임 사태의 충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달러 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더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장 안정을 위해 최근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미 페더럴펀드의 선물금리에 반영된 9월 및 10월 금리인하 확률은 지난 8일 각각 20%, 48%에서 13일 모두 100%로 상승했다. FRB와는 달리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세계 추세와 달리 미국만 금리를 내리면 달러화는 다시 약세로 반전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원ㆍ달러 환율의 급등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원ㆍ엔 환율은 급등 가능성=반면 원ㆍ엔 환율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다 달러ㆍ엔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830선을 넘으며 상승 기조를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서브 프라임 충격으로 인한 신용경색의 여파는 달러보다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달러ㆍ엔 환율은 이날 3시 현재 116.16엔을 기록하며 115엔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신흥시장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됐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면 ‘미국 달러 매수→엔화 매수’의 과정을 밟게 된다. 엔화도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데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올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원ㆍ엔 환율의 움직임은 연관 관계가 매우 높다. 문정희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차를 두고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과 달리 원ㆍ엔 환율 상승은 동시에 발생했다”며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가운데 일부가 엔 캐리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