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물가 관치로 잡히나] 인플레 완화 위한 할당관세 인하 "효과 한달도 못갈것"

관세 인하분만큼 수입가 올려<br>다발적 인하로 세수 감소 비상


최근의 물가상승 압력은 수요가 아닌 국제원자재가 및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 인플레이션에 기인한다. 문제는 금융위기 시절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편 확장적 재정정책이 유동성 팽창으로 이어져 공급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는 것이고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를 채택한 우리나라로서는 사실상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가상승 압력을 막을 수단이 없음에도 '뭔가 하고 있다'는 액션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할당관세 조절이다. 할당관세는 물가안정을 위해 수입품 기본관세율의 40%포인트 범위 내에서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효과는 즉각적이다. 관세를 깎아주는 만큼 수입가격이 낮아지기 때문.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총 67개 품목에 대하 할당관세를 통해 관세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설탕(35%→0%), 화장품(8%→4%), 유모차(8%→0%) 등 수입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주요품목 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오르면서 67개 품목 관세만 내리는 것으로는 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정부는 할당관세 적용품목을 추가하는 미봉책을 내놓았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니 돼지고기 관세를, 구제역으로 우유 생산이 줄어드니 치즈ㆍ버터 관세를 내리는 식이었다. 100여개에 달하는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다 보니 "물가가 오르면 세금 깎아 수입만 늘리는 게 대책이냐"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할당관세 인하가 '언 발에 오줌 누기' 효과에 그친다는 점이다. 당장 해당제품 수입판매가격이 10% 안팎 내리는 효과가 있지만 수입가격이 계속 오르고 일부 업자들이 관세가 깎이는 만큼 마진율을 높이고 있어 관세인하 효과가 한 달도 채 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할당관세 조절로 관세가 인하되는 만큼 수입 유통업자들이 이득을 취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조, 현장에서 집중 감시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대표적인 관세인하 품목인 돼지고기의 경우 정부가 돼지고기 관세 인하를 발표하자 해외 수출업자들이 수출오퍼를 취소하고 수입가격을 인상해 국내에 팔았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국내 한 수입업자는 "관세 인하분 만큼 해외에서 오퍼가격을 인상해 실질적으로 시장가격 인하 효과는 없었다"며 "정부가 관세를 유예할 만큼 국내 돼지고기 수급이 시급하다는 것을 해외에서는 발표와 동시에 다 알았다"고 말했다. 동시다발적 관세인하 조치가 취해지다 보니 정부 세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초 지난해 전망한 올해 국세수입은 11조원. 그러나 할당관세 적용으로 세부담이 20% 낮아질 경우 재정수입은 2조원 넘게 줄어들게 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할당관세는 결국 정부 재정을 통해 물가인상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할당관세 인하가 시장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경우 혈세로 수입업자나 해외 수출업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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