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수강 공동경영합의 어떻게 이뤄졌나

◎김선홍 회장 기아그룹재기 동참호소에 정세영 명예회장·김우중 회장 전격수락/“어려울때 돕자” 우호적 동반관계 입증숙명의 라이벌 관계로 알려진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김우중 대우그룹회장­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의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합의는 어떻게 도출됐을까. 지난 31일 전격 회동, 기아의 애물단지인 기아특수강을 공동경영하기로 합의한 뒤 재계의 관심을 끄는 내용이다. 정명예회장과 기아 김회장은 자동차를 통해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었다. 김회장이 65세로 69세의 정회장보다 손아래지만 초창기 부터 국내 자동차산업을 이끌어오면서 때론 경쟁하며, 때로는 협력하며, 서로를 존경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기회있을 때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산증인』이라며 서로를 추켜세운다. 정명예회장이 김회장에게 현대자동차의 캐나다 브르몽공장의 투자실패를 상기시키며 『북미에 현지거점을 갖추는 것은 좀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를 해주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각별하다. 두 사람은 기아가 지난달 15일 부도유예대상기업으로 지정되자 핫라인까지 개설할 정도가 됐다. 대우 김회장과 기아 김회장도 대우의 급부상과 함께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이가 됐지만 기본적으로는 「우호적 동업자」다. 두 업체의 신차발표회와 같은 큰 행사장에서는 항상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 올해 초 레간자 발표회장에서는 김선홍 회장이 『3개의 신차를 동시에 발표하는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못한 큰 일』이라고 말하자 김우중 회장은 『한국자동차산업에서 김선홍 회장의 공적은 인정돼야 한다』고 말해 긴밀한 유대를 재확인시키기도 했다. 이런 관계의 하일라이트는 지난달 31일 나온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김회장은 채권은행단 회의를 하루 앞두고 정회장과 김우중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아의 재기에 동참해줄 뜻을 전했다. 두회장은 이를 전격 수락했다. 김선홍 회장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정회장을, 힐튼호텔에서 김회장을 만나 기아의 뜻을 밝혔고, 제3의 장소에서 3인이 재회동, 기아살리기에 뜻을 같이했다. 공동경영이 성사되기 까지는 아직 해결과제가 많다. 하지만 회장단의 이같은 합의도출은 화합은 없고, 경쟁만 있는 우리의 기업문화 풍토에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앞으로 자동차업계의 공동보조는 물론 재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박원배·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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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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