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막내리는 설비투자 경쟁… "공급과잉 해소"

■ 삼성 '치킨게임' 사실상 승리<br>대부분 업체 "팔면 팔수록 손해 커지는 상황" <br>삼성전자선 투자액 늘려…격차 더 벌어질듯


“시장 상황이 어려운 지금은 비용을 줄이고 미래를 위한 핵심사업에만 투자의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대표) “바로 지금, D램 시장에 엄청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찰스 카우 이노테라 사장) 막대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D램 업체들이 올해 일제히 설비투자를 줄인다. D램 가격 폭락에도 서로 상대방을 탓하며 공급량을 줄이지 않아 ‘치킨 게임(chicken gameㆍ누가 더 담력이 강한지 겨루는 게임)’으로 불려왔던 반도체업체 간 설비투자 경쟁이 막을 내리고 있다. D램 업체들의 설비투자 감소액은 당초 예상됐던 20~30%선을 넘어 대부분 지난해보다 50% 이상 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D램 업체들이 규모의 경쟁을 포기하고 실리를 택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D램 시장의 공급과잉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투자를 늘리고 대만 업체들과 제휴해 삼성전자보다 더 생산규모를 늘리겠다고 했던 사카모토 엘피다 최고경영자(CEO). 기세등등하던 사카모토였지만 지난 29일 열린 실적발표회에선 고개를 떨궈야 했다. 지난해 3ㆍ4분기만 해도 삼성ㆍ하이닉스와 함께 D램 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했던 엘피다가 4ㆍ4분기에는 89억4,300만엔(8,357만달러)의 영업적자를 보며 4년 만에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2,910만달러보다 3배 많은 손실을 낸 이 회사는 지난해 3ㆍ4분기 2억5,600만달러의 흑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실적이 급락했다. 엘피다는 올 1ㆍ4분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투자액은 지난해 2,400억엔에서 1,000억엔으로 줄였다. 차세대 투자도 늦어져 내년 1ㆍ4분기에 50나노미터(㎚)급 라인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모두 연내에 50㎚급 D램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 업체들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며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장담해왔던 대만 업체들도 최악의 실적으로 재무제표를 붉게 물들였다. 대만 최대 D램 업체인 파워칩은 지난해 2ㆍ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3ㆍ4분기 19억대만달러였던 손실액이 141억대만달러로 7배 이상 늘어났다. 이 회사는 영업적자도 109억대만달러를 기록, 영업이익률이 무려 -81.9%로 떨어졌다. 대만 2위 난야 역시 4ㆍ4분기에 56억대만달러의 영업적자로 -54.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3위 프로모스 역시 35억대만달러의 영업적자로 -4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독일 키몬다와 난야의 합작사인 이노테라 역시 -25.0%의 영업이익률로 수모를 면치 못했다. D램 시장 3위인 독일 키몬다는 매출보다 더 많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이 5억1,300만유로인 데 비해 영업적자는 5억8,500만유로로 영업이익률이 -114.0%로 나타났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지난해 9~11월 기간에 2억6,000만달러의 영업적자를 냈다. 2월1일 실적을 발표하는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시장에서 3,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5일 실적발표를 통해 반도체 부문에서 4,300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삼성전자 역시 D램 부분에서는 가까스로 적자를 면한 상황이다. 4ㆍ4분기를 거치며 D램 업체 간 실력격차가 한층 벌어지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JP모건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이익금보다 가변투자비용이 더 많은 ‘캐시번(cash burn)’ 상태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반도체 부문 투자액을 늘려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계획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은 “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설비의 고도화와 미세공정 전환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넓혀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투자액을 4조4,000억원으로 잡았던 하이닉스는 4ㆍ4분기에 2008년 초로 예정됐던 투자를 앞당기면서 4조8,000억원의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올해 4조원 안팎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며 “모바일 D램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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