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채감축기준 반격] 재계, 구조조정정책에 첫 반기

부채비율 축소 등 정부가 금융권을 앞세워 추진중인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재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 방침의 비현실성」이다.특히 「자산재평가와 계열사간 현물출자를 부채비율 감축실적에서 제외한다」는 금융감독위원회의 방침에 대해 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를 앞세워 논리적인 반격을 벌이고 있다. 10일 상의는 정부에 건의한 「기업구조조정 원활화를 위한 보완과제」에서 『자산재평가나 계열사의 현물출자 없이는 연내에 부채비율 200%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이제는 정부가 물러서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부채비율 감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행권을 통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산의 현재가치를 평가, 늘어나는 금액을 자본으로 이동시키는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이미 법개정을 통해 자산재평가의 길을 넓혀놓았고 이를 활용하는 행위를 문제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산재평가에 따라 자본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부채비율 산정 때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과 5대 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때는 자산재평가를 반영한 부채비율 대신 이를 제외한 부채비율을 별도로 산정, 「200% 달성」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장부상 부채비율이 낮아지더라도 주채권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른 부채비율을 산정할 때는 자산재평가 부분을 제외시키겠다는 얘기다. 금감위 관계자는 『자산재평가의 효과를 인정할 경우 실질적인 현금유입이 없이 장부상으로만 자본이 늘어나 부채비율이 떨어진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체질을 단단하게 만들려면 외자유치나 자산매각 등이 절실하다』고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재계의 반론=우선 자산재평가 없이는 부채비율을 200%로 낮출 수 없다는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실성없는 목표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말과 지난 2월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때 자산재평가와 현물출자를 이미 인정받은 5대 그룹은 금감위가 뒤늦게 강경입장으로 돌아선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5대그룹 가운데 LG를 제외한 4개그룹이 부채비율 200% 달성수단으로 자산재평가나 현물출자를 활용키로 하고 주거래은행과 합의아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상태다. 특히 현대는 무려 7조원대의 자산재평가 차익을 활용,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5대 그룹과 약정체결에 참가했던 모 은행 관계자는 『약정을 체결할 때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이런 지시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금감위의 지시는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외자유치나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차원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출자회사가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본을 늘릴 때도 모회사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개선되는데 이를 인정할 지 여부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출자회사의 자산재평가로 자본이 늘어나면 모회사는 출자지분만큼 투자수익이 증가하는데 이를 반영하면 부채비율을 현격히 낮출 수 있다. 이미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한 5대그룹의 대부분 계열사가 출자회사의 자산재평가를 활용, 부채비율을 낮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금감위의 지침은 아예 없는 상태. 재계는 금감위가 이마저 허용하지 않을 경우 부채비율 200%달성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위정범(魏政範)연구위원은 『회계제도에서 자산재평가를 허용하는 한 그 결과도 부채비율 계산에 반영해야 한다』며 『재평가효과를 반영할 경우 비금융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98년말 351.1%에서 215%로 136.5%나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채비율 감축을 위한 다른 방안=전경련은 『지금 기업의 부채비율이 실제 내용보다 부풀려져있다』며 『부채가 과대계산되도록 하는 요인들을 제거한 「조정부채비율」개념을 도입하면 기업들은 추가자금부담 없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적립금이면서도 부채로 계산되는 금액과 구속성 예금때문에 발생하는 추가부채, 어음거래에 따른 부채증가분 등을 제외할 경우 당장 부채비율이 60%이상 낮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모든 업종에 200%라는 단일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상의는 이날 건의서에서 『건설업과 종합상사 등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도 종합상사와 선투자 후분양을 관행으로 하는 건설업, 수주에서 인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조선업, 초기투자부담이 큰 항공해운업 등은 제조업보다 부채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 95년 기준으로 일본 종합상사의 부채비율은 871%에 이른다는 것이다. 【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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