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고꾸라지면서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주장에 명분이 실리고 있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차관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 등 경제 살리기에 재정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정책을 긴축보다는 확대 쪽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면서 재정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도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는 축소지향적으로 갔다”고 지적한 데 이어 “세계잉여금은 민간 부문을 압박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당장 추경편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재정확대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재정으로 급한 불부터 끈다=여당인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 줄기차게 추경편성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속내는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재정투입을 통해 경기의 추가하락을 막자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처방시기를 놓치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게 경제다”면서 “즉시 처방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입법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감세는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효과가 바로 나타나야 하는 ‘진통제’로는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일시적 요인에 의해 초과 징수된 세금은 추경으로 쓰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하고 “일시적 초과세수까지 감세재원으로 쓰면 나중에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조절카드 사용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한미간 금리차가 2.75%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은 말하지 않겠다”며 금리인하 필요성을 에둘러 압박했다. 여기에 전광우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혈압(물가)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출혈(경기침체)부터 막아야 한다”면서 금리인하론에 재정부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정부로서는 물론 감세도 경기부양을 위한 주요 카드다. 정부는 이미 법인세 등의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이끈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관련 세법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이 같은 감세철학은 중장기 조세개편안에도 그대로 담아내 오는 9월 이전까지 세제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심 끄는 재정전략회의=27일부터 이틀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가 열린다. 무엇보다도 이번 회의는 새 정부 들어 처음 개최되는 만큼 재정정책이 긴축이 아닌 확대로의 변화를 예고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과거 재정긴축을 권고했던 IMF가 재정 확대로 정책전환을 주문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재정정책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중장기 재정정책이 확대 지향으로 바뀌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재정전략회의에서는 앞으로 5년 간의 재정운용에 대한 기본 방향 및 재원배분전략뿐만 아니라 경제활성화를 위한 감세방안, 예산효율을 10% 늘리는 방안 등도 집중 논의된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해외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연구개발(R&D) 사업 관리 효율화 방안, 농수산물 유통과정 개선 방안, 저소득층 맞춤형 국가복지지원 방안, 맞춤형 국가장학지원 방안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새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나선 만큼 이와 관련된 논의가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재정부가 옛 재정경제부와 옛 예산기획처가 합쳐지면서 세출예산 배분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세출ㆍ조세제도ㆍ집행관리 등 재정의 전과정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재정전략회의는 국무위원들이 모여 향후 5년간 국가 재정운용에 대한 기본 방향과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로 참여정부 초인 지난 2004년 시작됐다. 짧게는 내년도 예산, 길게는 앞으로 5년간 중장기 국가재원 배분 방향을 놓고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새 정부 들어 명칭은 ‘국무위원 재원배분회의’에서 ‘재정전략회의’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