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충청도 민심


치열했던 10ㆍ26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서울 중심의 정치 때문인지 온 나라가 서울시장 선거만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그러나 지방 정치도 한국 정치의 한 단면임을 간과할 수 없다. 야권이 서울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지방의 민심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 또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선거 때마다 캐스팅 역할을 하고 있는 대전ㆍ충남북 등 충청권에서의 민심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내년 총선ㆍ대선 향방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충청도에서는 서산시장과 충주시장을 새로 뽑았고 충남도의원선거가 서산에서 펼쳐졌다. 세종시 문제 이후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충청도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기초자치단체장 두 자리 모두를 차지했고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후보를 제치고 도의회에 진출했다. 충청도 정당이라고 소리 높여 외쳐온 자유선진당은 더욱 큰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국민중심연합과 통합한 자유선진당이 심대평 대표를 비롯해 이회창 전 총재,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선진당 국회의원 모두가 서산시장 선거에 올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 국민 모두가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고 있음에도 선진당은 시대적 변화 욕구를 무시한 채 지역과 지역민을 볼모로 한 정치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심판임에 틀림없다. 3~4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지역을 진정으로 대변하지는 못한 채 총선을 앞두고 이제 와서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싸우고 야합하는 선진당의 정치에 대해 충청인들의 분노가 표로 나타난 결과라는 평가다. 한나라당의 선전은 전국 어느 곳보다 충청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박근혜의 힘이 작용했고 민주당 후보의 도의원 당선은 정치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시민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이제 유권자들이 정치를 변화시키겠다는 뜻을 충청지역민들이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중앙 정치의 변화 못지않게 지방 정치의 변화 욕구 또한 크다. 잘못한 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시대다. 시대적 흐름과 국민의 변화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충청도 정치인들 또한 이번 기회에 뼛속 깊이 깨우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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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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