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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 씻고 황태자로

월드컵 대표팀 탈락 남태희, 파라과이 평가전서 '쐐기골' 2대0 견인 … 슈틸리케 감독 눈도장

남태희(오른쪽)가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이청용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10일 오후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울리 슈틸리케 신임 감독이 활짝 웃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브라질 월드컵을 TV로 봐야 했던 남태희(23·레퀴야)가 울리 슈틸리케(독일) 신임 감독의 데뷔전에서 맹활약하며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남태희는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축구 A대표팀 평가전에서 전반 32분 쐐기골을 터뜨려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처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한 남태희는 후반 31분 이명주(알아인)와 교체될 때까지 전방위 활약하며 슈틸리케의 눈도장을 받았다. 수비 조직력 완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무실점을 목표로 내건 슈틸리케는 목표 달성과 함께 공격에서도 멀티 골을 기록하면서 2만5,000여 관중 앞에서 기분 좋은 데뷔전 승리를 신고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60위(한국은 63위) 파라과이는 브라질 월드컵 남미 예선 꼴찌 뒤 대대적으로 세대교체에 나선 팀. 이번 경기 21명 엔트리 가운데 15명이 A매치 경험 10경기 미만이다. 하지만 슈틸리케호 역시 사흘밖에 발을 맞춰보지 못한 상황에서 두 골 차 승리를 일궜다. 이날로 한국은 파라과이와의 역대 전적에서 2승3무1패로 앞서 갔다.


선제골은 미드필더 김민우(사간 도스)의 발에서 터졌다. 전반 27분 이청용(볼턴)의 오른쪽 크로스를 문전에서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도 남태희가 관여했다. 문전 중앙에서 수비를 달고 있던 남태희는 공을 잡는 척하다가 김민우에게 흘려줘 보이지 않는 도움을 기록했다. 5분 뒤에는 직접 해결했다. 이청용이 개인기로 수비수 한 명을 완전히 제치고 오른쪽으로 연결하자 이용(울산)의 크로스를 넘어지면서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13경기 만에 터진 남태희의 A매치 첫 골이었다. 전반 막판 재치 넘치는 로빙 패스를 조영철(카타르SC)의 발에 배달한 것도 남태희였다. 골로 연결된 이 패스는 주심의 잘못된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 처리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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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는 프랑스리그 발랑시엔을 거쳐 2011년 말 레퀴야와 계약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표팀의 동메달에 힘을 보탠 그는 올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최종 명단 탈락의 쓴잔을 들었다. 카타르리그에서 12골을 몰아쳐 리그 최고 선수로 선정되고도 뽑히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유럽파의 경쟁력을 더 높이 봤다. 홍명보호가 월드컵에서 조 꼴찌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남태희를 뽑지 않은 홍 감독의 판단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남태희는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호출을 받았다. 코트디부아르 대표팀과 스위스리그를 거친 슈틸리케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카타르리그 감독을 지내 남태희의 활약상을 잘 알고 있었다. 남태희는 카타르에서 슈틸리케와 같은 동네에 살았던 인연도 있다. 그는 슈틸리케의 부인과 자주 산책을 함께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슈틸리케는 한국 대표팀 감독 계약 뒤 첫 입국 때 "한국 선수들이 평소에 어떻게 훈련하고 얼마나 규율이 잡혀있는지 남태희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감독 제의를 흔쾌히 수락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남태희 외에도 그동안 대표팀 평가전에서 주로 벤치에 앉혀 놓고 교체 카드로 가동했던 조영철(카타르SC), 남태희(레퀴야SC), 김민우(사간 도스),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이 선발 멤버로 기용돼 만점 활약했다. '벤치의 반란'이라 할 만했다.

실제로 조영철을 원톱으로 '깜짝' 선발 출전시킨 슈틸리케는 후반 들어 손흥민(레버쿠젠)과 이동국(전북)을 차례로 교체 투입하며 선수들을 골고루 시험했다. 월드컵 멤버 김승규(울산) 대신 골문을 지킨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수 차례 선방으로 무실점을 이끌면서 골키퍼 주전 경쟁도 볼만해졌다.

슈틸리케호는 14일 오후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FIFA랭킹 15위)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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