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세환(사진) BS(부산은행)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행장으로 취임하던 지난 2012년 3월. 당시 BS는 한 마디로 '커가는 은행, 주목받는 은행'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을 기반으로 한 시중은행들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전통적인 영업 기반이 부산에 머물러 있던 터라 기업 여신과 거액 자산가들의 범주가 여전히 작았다.
여기에 이장호 전 회장이 급작스럽게 물러나면서 지배구조에 대한 불안함까지 겹쳤다. 성세환 회장이 지난 2013년 8월 갑자기 바통을 이어받은 후 BS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기우였던가.
BS의 성장세는 이어졌고 그 속도 또한 갈수록 가팔라졌다. 시중은행들 사이에서는 "BS의 성장세가 무섭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남은행 인수로 외국계 은행보다 덩치를 키우더니 잇따른 해외 진출과 자산운용 인수 등에 성공하면서 BS는 이제 자산규모 93조원의 금융그룹으로 단번에 발돋움했다.
규모상으로는 씨티은행이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뛰어넘어 시중은행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지난해 4,6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최대 8,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BS금융의 전망이 이처럼 긍정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경남은행 시너지와 비은행 부문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우선 경남은행의 경우 BS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BS금융지주 편입 효과로 신용등급이 올라 조달비용이 줄어들고 전산 설비 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게 됐고 경남 지역 내에서 이뤄지던 부산은행과의 경쟁이 사라져 지역 내 지배력이 한층 공고해진다는 점도 이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경남은행이 BS금융 당기순이익의 약 20%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경남은행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끈 성 회장은 조직 개편부터 경영전략 수립까지 수익성 확대에 맞춰 투뱅크 시너지 창출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투뱅크 체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경영관리부를 지주 내에 만들어 공동 상품 개발과 중복 비용 절감 등을 고민하고 있다. 소매금융의 꽃인 카드와 신성장 동력으로 꾸준히 키워온 해외사업 조직은 격상시켰다.
카드는 장기적으로 자회사로 분리한다는 계획 아래 올해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 시장점유율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성 회장은 열심히 뛰어달라는 의미로 300여명의 지점장과 부서장에게 트레킹화를 선물하기도 했다.
BS금융의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인 해외 진출 역시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캄보디아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미얀마에 BS캐피탈을 진출시킨 BS금융은 올 초 금융사 가운데 가장 먼저 라오스 해외 진출 소식을 알려왔다.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는 진출 3년 만인 올해 지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중국 칭다오 부산은행 지점은 위안화 영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얻어 조만간 현지인을 대상으로 소매 금융을 시작한다. 성 회장은 올해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국 시안이나 인도 쪽에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BS의 성장이 완벽한 궤도에 올라섰다고 단정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말도 적지 않다. 여전히 영업 구역에 부산과 경남에 쏠려 있다는 점은 가장 큰 한계다. JB(전북은행)금융지주가 수도권에 줄줄이 수도권에 지점을 세우는 것과 비교된다.
성장 속도가 너무 가파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성 회장은 이에 대해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지난해까지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올해부터는 내실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인수합병(M&A) 등 덩치를 키우는 것은 내후년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장 3년째를 맞아 속도 조절을 할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