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셔 무디외 지음, '2020년 기업의 운명'2020년. 앞으로 19년 남았다. 지난 수 십년 기술의 발전속도를 감안하면 우리 생전에 보게 될 미래 조차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의 저명한 제조업 컨설턴트 패트리셔 무디와 경영인 리처드 모얼리가 공저한 '2020년 기업의 운명'에서는 미래 세계를 이렇게 그리고 있다.
"2020년에는 자동차도 마치 와이셔츠를 맞춰 입듯이 주문 3일만에 소비자의 손에 인계된다. 자동차의 주문제작은 자동차 전시장에서 즉석에서 이뤄진다.
또한 슈퍼마켓에서 딸기가 재배되고 수확될 것이며, 맞춤 청바지는 판매현장에서 재단되고 재봉될 것이다.
심지어 의약품들마저도 웹을 통한 자동약국에서 개별 고객에게 맞추어 조제될 것이다."
이 책은 기술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래산업 지도가 재편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들은 2020년 새롭게 열리는 제조업 중심의 사회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마치 19세기 후반 핵심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졌던 발전기가 20세기에 들어 중요성이 감소됐듯이 향후 20년 내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쇠퇴해 공과대학에서 조차 가르치지 않는 교과목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우수 기업들은 유전공학적 해법, 복잡계 이론, 카오스 이론, 데이터 브로드캐스팅 등으로 무장해 기술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국 문제는 기술 혁신이다. 책은 기업인들에게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지구 중심의 세계관을 태양계 중심의 세계관으로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시시콜콜한 자료의 힘에 의존하기 보다는 직관과 객관적인 통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저자들의 관점에 따르면 이처럼 2020년 패러다임의 변화를 목전에 두고 지엽적인 관점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 기업은 '나머지 집단'으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책은 기업인들이 창발성을 십분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2020년 기술의 시대를 앞당겨 맞이하는 역할이 현 시대 기업인들의 역할이다. 공저자는 그런 기업인들을 '촉매 경영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촉매경영자가 되기 위해서 경영자들은 부분적인 과학이나 기술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 시스템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단 한 분야에만 매달리는 것으로는 미래사회에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저자가 그리는 2020년 기술중심의 사회는 기업이 우수성집단과 나머지로 극단화되는 암울한 사회이다.
이런 식이다. 우수성 집단에 속하는 근로자들은 실시간 주문제품 디자인과 동시생산 시스템에 훌륭하게 적응해 나간다. 이들은 특별히 선발돼 훈련되며, 극도의 단순한 성향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또한 직장에서의 징계나 직무정지는 '나머지 집단'으로의 탈락을 의미하므로 가장 큰 형벌로 받아들여 질 것이다.
반면 나머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삶은 암담하다. 그들은 비엘리트집단으로 겨우 손익분기점이나 맞추는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랩탑 컴퓨터와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자유계약 상황에서 죽음을 숙명으로 기다리는 노인처럼 참담하게 살아가게 된다.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