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10월 9일] "안 판다면서요?"

8일 오전 증권가에서는 쓴웃음이 터져나왔다. 투신권의 매도 물량 때문이었다. 투신이 이날 오전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쏟아낸 물량은 1,300억여원, 코스닥시장에서도 30억원에 가까운 매물을 내놓았다. 투신권의 매도가 사람들을 ‘웃게(?)’만든 이유는 바로 전날인 지난 7일 내로라하는 국내 자산운용사 사장단이 모여 ‘투신권 매도 자제’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사장단 긴급 회의는 2003년 SK글로벌 카드채 사태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소집됐다. 현재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회동이었다. 이 자리에서 사장단은 증시 안정을 위해 주식 매도를 자제하기로 결의했다. 더불어 장기투자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고객들에게는 창구와 우편물 안내를 통해 펀드 환매 자제를 당부하자는 의견도 냈다. 하지만 투신은 고객에게 팔지 않을 것을 권유하고 정부에는 고객들의 돈을 묶어둘 수 있는 ‘당근’을 요구하고서 정작 자신들은 매물을 내놓아 시장 지수하락을 부추겼다. 투신권의 매도를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한푼이라도 더 벌고 한푼이라도 덜 잃어야 하는 게 본업인 그들이 선택한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말’에 있다. 사장단의 투신권 매도 자제 결의에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거나 펀드 환매 연기를 결심했던 투자자가 있다면 이 같은 투신권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 지 궁금하다. 요즘 평범한 사람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증시 하락과 환율 폭등으로 자산은 감소하는데 지출은 늘어나는 데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이 첫번째, ‘앞으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른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두번째다. 과거와 현재의 어려움은 감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은 다르다. 알 수 없는 공포이기에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책임 있는 시장참여자인 정부와 기관은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말’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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