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기업회계 개혁법안'의 경종

미국 상ㆍ하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업회계개혁법안'에는 기업의 회계부정을 근절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다. 증권사기에 징역형을 25년으로 강화하고 회계법인의 자율적 감사권 박탈 및 감독위원회 신설 등 내용이 너무 단호해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오히려 경제에 주름살이 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일부 조항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강 건너 불만은 아닌 상황이다. 미 기업회계개혁법안은 경영인의 회계책임과 기업 사기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회계감독기구 설립, 회계법인의 비회계 업무 겸업금지 등 4개 분야로 요약할 수 있다. 앞으로 최고경영자 등은 회계ㆍ결산자료의 사실보증 서약을 해야 하고 장부외 거래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문서파기에 징역형을 20년으로 높이고 기업범죄 공소시효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회계감사와 컨설팅업무의 겸업도 금지된다. 정부의 간섭을 가능한 배제했던 '신자유주의 경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기업 회계부정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강력한 내용이 모두 담겼다는 평이다. 경제활동 위축을 걱정하는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회계부정이 미국경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끝없이 추락할 것으로 보였던 미 증권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오랜 관행으로 묵인돼온 분식회계가 곧바로 또 말끔히 사라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회계부정을 바로잡을 개혁의 전기는 마련된 셈이다. 미국의 이번 개혁입법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점이 많다. 대우사태 등 크고 작은 회계부정 사건이 잇달아 터졌고 유사한 사고가 터질 가능성은 항상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의회가 경제나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 개혁법안을 재빠르게 마련한 순발력은 본받을 만하다. 정쟁과 정치를 구별할 줄 모르고 끝없는 성명전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민생을 외면하는 우리 정치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 동안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국 개혁법안과 비교하면 미지근하고 지엽적인 처방에 그쳐 있다. 회계법인의 동일회사에 대한 감사와 컨설팅업무 제한, 문서파기 강력제재, 대표이사 재무제표 책임강화, 스톡옵션 남발방지 및 회계처리 강화, 공인회계사 중립성 제고 등 솜방망이 '강화'나 '제한'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회계부정을 발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개혁법안 마련을 계기로 분식회계 근절 후속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계법인의 감사와 컨설팅업무 금지와 부정회계에 관련된 공인회계사의 영구추방 등 보다 엄중한 대책이 요구된다. 미국이 이번 개혁법안에 따른 회계기준을 외국에 강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도 그 파장이 몰려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기업회계개혁법안에는 외국 회계회사에 대한 자료요구 및 열람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투명회계 투명경영은 곧 경쟁력의 요소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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