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중기 "더 넓혀야" 대기업 "현실과 안맞다"

[동반성장위 중기 적합업종 선정 공청회]<br>중기 "출하액 상하한 500억~3조원이 적정"에<br> 대기업선 "시장 규모로 일률적 규제땐 부작용" <br>가이드라인 위반해도 페널티 약해 실효성 의문

동반성장위원회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룸에서 개최한‘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공청회’ 에서 참석자들이 일반 제조업 분야의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동반성장위원회


"'까치밥'이라도 남겨놓아야 하지 않습니까.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면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합니까. 중기 적합업종 범위를 더 넓혀야 합니다." (중소기업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대기업체) 22일 동반성장위원회가 주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공청회'에서는 중소기업들과 대기업의 볼멘소리들이 부딪쳤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다. 반면 중기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을 위반해도 패널티가 크지 않아 제도 실행의 현실성이 의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이해대립 치열=중소기업계는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이 발표됨에 따라 어떤 품목이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로서는 출하량을 기준으로 할 때 두부와 고추장 등 장류, 골판지, 타이어 재생업이나 금속 공예업 등이 우선적인 대상품 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품목은 시장규모가 5,000억~1조원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사업영역을 놓고 대립해온 대표적인 분야기 때문이다. 유광수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출하액 상ㆍ하한선 기준을 보다 완화해야 한다"며 "중소업계 입장에선 500억~3조원 초과가 적정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조병선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로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독과점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들이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중기사업 영역에 진입하는 것은 멈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기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이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 획일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양금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품목별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적합한지, 둘 다 협력하는 게 좋은지 등을 따져보고 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시장규모와 같은 일률적인 기준으로 칸막이를 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철영 삼성전자 금형개발혁신센터 수석연구원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금형이 디자인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제품으로 보고 규제를 가하는 것을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패널티 약해 현실성 의문도=이날 동반성장위가 공청회를 진행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앞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자리잡기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와 한계들도 많다. 특히 동반성장위가 민간기구이고 중기 적합업종이라고 하더라도 강제적인 규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적합업종 역시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진입을 자제하고 사업을 이양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들이 중기적합 업종이나 품목을 앞으로도 계속 영위할 경우 매년 발표될 동반성장지수에 큰 감점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반성장지수가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상위업체만 발표할 경우 유인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의 경우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벌칙이 있었으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이렇다 할 패널티가 없다. 더구나 시장규모가 1,000억~1조5,000억원에 달하는 품목의 경우 광업ㆍ제조업조사 대상업체(2,112개)의 40.5%에 불과해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범위를 중소기업법에 따른 중소기업 이외의 기업으로 할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등 기업집단 계열회사로 할지도 논란거리다. 곽수근(서울대 교수) 중소기업적합 업종 실무위원장은 "2,000개가 되는 품목을 한꺼번에 다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측면도 있고 하루 아침에 하는 것도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엄격한 가이드라인보다는 동반성장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방안이 추진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고유업종' 5년 만에 부활=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은 사실상 5년 만에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부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 1979년부터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사업영역 보호를 위해 고유업종제도를 도입해 운영했다가 2006년 폐지했다.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보다는 다수의 중소 자회사를 설립하고 기술이나 품질경쟁력보다는 가격경쟁에 주력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유업종 폐지 이후 대기업이 직접 또는 자회사로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대한 무차별 진출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크게 악화돼 중기 사업영역 보호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실제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수는 2007년 1,196개였으나 현재 1,554개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두부품목의 경우 고유업종 해지 이후 CJ와 대상 등 대기업이 적극 진출하면서 두부업체 수는 2006년 188개에서 3년 만에 66개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외식업이나 차량정비ㆍ와인판매 등 서민형 자영업종까지 파고들면서 중기들을 위협하는 형국이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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