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엑스페리먼트

감옥 체험 실험…인간의 악마적 본성 깨우다


평범한 청년들이 모여서 간수와 죄수 역을 맡는다면 어떻게 될까?

1971년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에서 평범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감옥 체험 실험은 '평범한 사람도 상황에 따라 악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의'루시퍼 이펙트'(Lucifer Effect)란 용어를 도출시켰다.


오는 1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엑스페리먼트'는 실제로 벌어진 이 실험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미 2001년 독일에서 한 차례 영화화돼 화제가 됐던 작품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했다. 어렸을 때 보이스카우트를 했던 독실한 종교인, 폭력을 거부하는 평화주의자, 만화가를 꿈꾸는 남자 등 다양한 남성들이 모여서 죄수와 간수 역을 나눠 맡는다. 첫 날 서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실험이 끝나면 1만 4,000달러라는 거액을 받을 생각에 기대에 부풀어있던 남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극에 몰입하면서 폭력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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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실험은 피실험자들의 폭력성이 예상보다 강하게 드러나면서 2주 예정이던 실험일정이 5일만에 중단됐다. 영화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에 몰입해 폭력성을 드러내는 피실험자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충격적인 실험이라는 좋은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기에 긴장감은 충분히 유지된다. 또 국내에서도 유명한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감독인 폴 쉐어링이 연출을 맡고 연기파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와 포레스트 휘태커가 각각 죄수와 간수를 열연해 갈등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상황'이 사람들을 변화시킨다는 설정 자체에만 기대서 영화를 전개하기 때문에 평화주의자가 폭력을 쓰고, 순하던 남성이 고문을 하는 과정이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진다. 상황이 바뀌면 인간의 악마적 잠재의식이 무조건 발현된다는 식의 논리가 설득력 있게 전개되지 못하는 바람에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고 외치는 주인공의 말도 공허하게 들리고 깊이 있는 고민도 이뤄지지 못한다.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인 것 같다. 감독은 "감옥은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말했지만 세상의 모습이 이렇게 단순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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