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차환발행 신청 고작 4곳… 겉도는 회사채 안정화 대책

신속 인수제 시행 위한 8,500억 재원 마련 관계부처 비협조로 난항<br>하이일드채권 세혜택도 국회 통과 쉽지 않아<br>업계 "뒷북대책" 비판에 정부 "연말 참여 늘 것"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회사채 안정화 대책이 겉돌고 있다. 재원마련이나 세제혜택 등 후속 방안은 관계부처의 비협조로 표류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에 생존이 걸린 기업들도 이번 방안이 때를 놓쳤고 내용도 불안하다며 단 4곳만 신청했다.

정부는 회사채 상환 수요가 적은 탓이라며 연말에 만기 도래분이 증가하면 기업의 참여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처 간 무관심과 반대로 대책 미완성=회사채 안정화 방안 중 하나인 회사채 신속 인수제는 약 8,500억원에 이르는 재원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채 신속 인수제는 회사채 상환 발행이 더딘 기업의 신청을 받아 신용보증기관이 신용보강을 통해 시장에 내다 파는 내용이다. 2014년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중 20%는 기업이 자체 상환하고 80% 중 60%는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시장안정 유동화보증(P-CBO)에 넣어 시장에 판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시장안정 P-CBO를 구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신보(1,483억원)와 기획재정부(3,500억원)가 내고 한국은행도 정책금융공사에 3,5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해 보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위 발표 이후 두 차례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원을 확정 짓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한은은 신보가 가진 재원을 최대한 활용한 후 그래도 부족하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신보는 이번 대책에 따르는 모든 위험부담을 안게 됐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신보는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한 후 갚지 못하고 다시 발행을 시도했다 불발된 차환 분량을 시장에 팔아야 한다. 신보 관계자는 "대부분 유동성에 위기가 온 대기업인데 신보는 정부의 대책이 끝나는 2014년 후에도 이들의 회사채 차환 발행분에 보증하므로 부담이 크다"면서 "반면 한은은 2014년까지, 그것도 필요할 때만 지원하겠다는 것이어서 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도 신보의 부담이 커지면 다른 기업에 피해가 간다며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지원을 주저하면 신보가 보증기관으로서 신뢰를 잃게 되고 이는 신보의 보증을 받는 중소기업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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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안정화 방안 중 하나인 하이일드채권에 대한 세제혜택 역시 무관심 속에 실행이 더디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B 이하 회사채를 30% 이상 펀드에 편입하면 투자금액 5,000만원까지 분리 과세하는 내용이다.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8월 임시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당장 유동성에 위기가 온 기업을 살리기 위해 만들었지만 일부에서는 고소득자에 대한 투자지원책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다.

◇기업 참여 4곳뿐…연말께 활성화 기대=회사채 안정화 방안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참여도 저조하다. 7월 말 현재까지 회사채 차환발행을 신청한 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당초 7월 말 만기도래 회사채부터 적용하려던 계획 역시 신청이 저조하면서 자연스럽게 9월로 밀렸다. 신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20일 첫 심사위가 열린다. 당국 관계자는 "8~9월 회사채 만기 도래분이 적기 때문에 연말께 가서야 기업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뒤늦었다는 비판이 많다. 조선ㆍ해운ㆍ건설 등 주요 취약업종 기업은 상반기에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늘리거나 비싼 금리를 감수하며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기업들은 당장 생존이 달려 있는데 정부 대책만 기다릴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기업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그만큼 절실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조건은 괜찮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기업마다 다른 시장금리에 40bp를 얹지만 회사채 발행 자체가 어려운 형편이어서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신용등급 역시 A등급 이하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단 신청해서 차환발생심사위가 승인하면 신보가 건설 및 일반 회사채를 묶은 풀(Pool)을 구성할 때까지 3개월간 산업은행이 매입하고 있으므로 안정적이다. 첫 회의는 9월 회사채 상환 도래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오는 20일 열릴 예정이다.

정부는 기업의 참여가 저조하자 이번 대책의 주요 타깃으로 삼은 조선ㆍ해운ㆍ건설 이외에 석유화학이나 시멘트ㆍ철강 등의 업종도 대상으로 적극 고려하기로 했다. 또한 STX그룹 계열사처럼 자율협약을 맺은 기업도 주거래은행의 동의가 있으면 이번 대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세부 조건은 고정된 게 아니며 시장의 반응에 따라 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내실이 있는데 경기악화로 인해 단기간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만 해당한다. 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받아야 할 기업이 이번 대책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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