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건교부여 바로 서라

최근 건설교통부의 행보가 ‘갈지자(之)’다. 연초부터 불거진 서울시의 송파신도시의 유보 주장과 판교신도시 분양가ㆍ모델하우스 논란 등에 건교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런 사안들에 대해 건교부가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업체나 시장에 끌려 다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역대 부동산 대책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8ㆍ31대책’에도 강남 집값은 꿈쩍도 않는다. 오히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용적률이나 층고 제한 등이 조금이라도 완화되면 금세 가격폭등으로 이어질 태세다. 땅값도 개발 예정 지역에서는 오름세가 깨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빌미를 제공한 데는 건교부의 책임이 크다. 서울시의 송파신도시 유보 전격 발표에 건교부의 초기 대응은 무조건 ‘아무 문제 없다’였다. 서울시가 시정개발연구원 등의 용역을 거쳐 각종 통계자료를 들이대며 여론을 주도하자 뒤늦게 급조된 반박자료를 냈을 뿐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이미 서울시의 ‘판정승’이었다. 또 최근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판교신도시의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 논란도 업체 측의 언론플레이에 뒷북만 치는 꼴이다. 먼저 업체 측이 택지가격과 건축비, 부대비용 등을 합쳐 평당 1,200만원대의 분양가를 제시했다. 최초 평당 900만원대를 예상했던 건교부가 당혹했을 것은 뻔한 이치다. 건교부는 1,000만원대, 1,100만원대로 말을 바꾸며 ‘분양 승인단계에서 면밀한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연이은 판교신도시 중소형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금지 논란은 건교부의 무능함을 한꺼번에 보여준 결정판이다. 동시분양 참여업체 11곳에 공문을 보내 모델하우스를 짓지 말라고 한 것. 물론 교통대란과 부동산 과열 등을 우려하는 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보통사람이 평생에 한두 번 구입하는 집의 실물도 보지 못한 채 청약하라는 말이니 기막힌 일이다. 건교부는 이 같은 여론을 우려해 모델하우스 건립에 대한 최종결정을 다음주로 미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경제에 가장 나쁜 것은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미래가 불확실하면 투자도 움츠려들고 소비도 크게 줄어든다. 부동산시장에서도 가장 나쁜 것은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당국이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지 못하고 휘둘리는 한 부동산 값의 안정은 요원하다. 당부한다. ‘건교부여, 바로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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