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또 하나의 기아압박용?(사설)

부도촉진 협약이라는 비난과 논란을 불러왔던 부도유예협약이 개정됐다. 개정 내용은 부실징후 기업이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으려면 경영권 포기각서나 전문경영인 사퇴서를 내야 하고 감원, 임금삭감 등 자구계획에 노조동의서를 붙이도록 했다. 적용기간은 2개월을 유지하되 연장조항은 삭제했다.이밖에 협약적용 금융기관에 30개 생명보험회사를 포함시키고 대상기업을 금융권 여신 2천5백억원 이상 대기업에 국한, 중소기업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개정된 협약의 핵심은 채권은행단의 기업에 대한 압력수단을 강화한데 있다. 그중에서도 기아를 겨냥한 것임을 금세 읽을 수 있다. 기아를 타깃으로 한 개정인 것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기아 김선홍회장의 사퇴와 노조동의서를 요구하고 있으며 기아측은 이를 거부함으로써 협약이 겉돌고 기아사태가 혼미속에 빠져 파장이 금융·외환·증권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협약대로라면 기아와 채권단의 선택은 외길이다. 기아 김회장이 사퇴하고 노조 동의서를 받아 자금 지원을 받든지,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거쳐 제3자 인수 수순으로 가든지 할 수밖에 없다. 시한도 오는 29일까지로 못 박혔다. 정부와 채권단이 협약을 개정한 의도에서 기아해결의 방향을 가늠할 수있다. 기아에 대한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는 압박이다. 한달넘게 끌어온 기아사태로 정부와 채권단의 위상과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비난이 쏟아지자 다분히 감정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기아와 채권단의 팽팽한 버티기는 불신이 깔린 감정대립의 양상을 보였다. 그러는 가운데 제3자인수를 위한 시나리오설이 무게를 더해갔다. 정부가 기아사태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감정에 치우친 결과, 사태해결은 늦어지고 금융, 외환시장과 증시의 위기로까지 확산되었다. 뒤늦게 내놓은 것은 「항복」 아니면 「부도」의 극약처방이다. 그것도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와있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후에야 나온 것이어서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기아측도 강요된 결단의 시점을 앞두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하고 노조도 거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기아는 기아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요즘의 경제위기는 기아사태로부터 촉발됐다. 기아 파장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수습되어야 경제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기아나 정부 채권단의 신뢰회복과 냉정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부도유예협약 운용의 표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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