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산 위기설, 현실화될까?

세계 유수의 경제지들이 전세계적인 부동산의 버블 붕괴 가능성을 제기하고, 미국의 일부 경제분석가들은 미국과 영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부동산시장 위기설'이 확대ㆍ재생산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일부 경제연구소마저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부동산 버블' 논쟁은 우리의 실생활과도 직접 맞닥뜨리고 있다. 먼저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부동산시장'에 대해 왜 이렇게 관심이 집중되느냐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경제전반을 설명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일개 자산시장에 불과한 데, 왜 이렇게 국제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디플레이션'의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공급측의 과잉설비가 누적돼 있는 반면, 주식시장 버블 붕괴로 민간수요가 위축되면서 생산자 물가가 하락하는 일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동시다발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유효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정작 기업들의 '투자의욕'은 회복되지 않는 반면, 부동산 시장만 공전의 호황을 누리는 데 있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부동산시장은 정말 '버블 붕괴'의 직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상황인가. 이 의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경제전반의 기초여건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뤄진 부동산시장의 강세로 '위험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기관들의 보수적인 대출과 저금리 기조의 지속이라는 우호적인 여건이 부동산시장의 호황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거시적인 부동산시장의 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니, 미시적인 차원에서 최근 부동산관련 연체율과 담보비율, 그리고 가처분 소득에 비교한 부동산대출 이자 부담 등의 통계를 점검하며 '부동산위기설'에 접근해 보도록 하자. 세계 부동산시장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부동산시장은 미시적으로는 매우 안정돼 있다. 먼저 미국 부동산관련 대출의 연체율은 4% 수준에 불과해, 지난 80년 이후 23년 동안의 평균 연체율 4.8%에 미달한다. 하지만 연체율이란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속성이 있는 만큼 미국 가계가 부담하고 있는 부동산관련 대출의 이자부담을 살펴봐야 한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에서 세금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에 비교한 부동산관련 대출의 이자부담 규모는 지난 6월말 현재 6.2%로 지난 20년 동안의 평균 수준 5.8%보다 소폭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년 전 8% 이상의 금리를 부담하던 것이 최근 6%까지 금리가 떨어졌고, 또한 부동산 대출의 만기 역시 27년으로 길어진 것을 감안하면 가계의 실질적인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동산관련 대출의 담보비율이 70%대 중반으로 떨어지는 등 주택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기관들은 보수적인 대출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미국 부동산시장은 저금리와 금융기관의 보수적인 자금운용에 힘입어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급격한 가격 하락의 위험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될 수 있는 것은 '경기회복' 이외의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현재의 '선순환'구조가 순식간에 '악순환'으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즉 경제가 좋아지면서 금리가 오를 때에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쟁이나 테러, 혹은 대규모 기업도산과 같은 외부충격으로 금리가 상승할 경우 시장 붕괴의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홍춘욱 한화투신운용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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