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개봉일 '낚아채기'


"다는 가져가지 말아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저희 같은 소규모 회사는 다 죽으라는 말입니까."

애니메이션 '토니 스토리: 깡통제국의 비밀'의 수입사 메인타이틀픽쳐스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하소연했다.


사연은 애니메이션 개봉일을 둘러싼 대형 배급사와 소형 배급사의 갈등 때문. '토니 스토리'가 18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25일 개봉 예정이던 '터보(수입배급사 CJ)'가 주말인 20~21일에 사실상 '준개봉'인 유료 시사회를 결정한 것이 발단이다. 이번 개봉일은 애니메이션의 주 관객층인 초ㆍ중ㆍ고생들의 방학과 맞물려 있어 더욱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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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타이틀픽쳐스 관계자는 "대형 배급사에서 하는 '터보'가 특히 주말에 유료 시사회를 하면 저희 같은 소규모 수입 배급사에서 하는 애니메이션은 상영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유료 시사회를 통해 개봉일을 치고 들어오면 공식 개봉일정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메인타이틀픽쳐스는 17일 이례적으로 CJ에 유료 시사회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토니 스토리'는 독일 소규모 제작사의 작품이고 국내 수입배급사 역시 중소업체다. 반면 '터보'는 드림웍스가 제작했고 CJ가 수입배급을 맡았다. CJ의 이번 결정이 '갑의 꼼수'로 비춰지는 이유다.

영화업계는 개봉 첫 주를 바라보고 산다. 첫 주가 흥행을 좌우한다. 또 첫 주의 극장 개봉 성과가 주문형비디오(VOD) 등 2차 시장에서의 판권 경쟁력도 좌우한다. 더욱이 애니메이션은 주 관객의 특성상 주말 개봉과 상영이 흥행의 돌파구다. 일반 영화의 주말 박스오피스는 평일의 1.5~2배 정도 수준이지만 애니메이션의 관객은 주말에만 몰린다. 주 관객인 초중ㆍ고ㆍ교생이 평일에는 학교나 학원에 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에 있어 18일 개봉이라는 의미는 더욱 크다. 다음주 초부터 초ㆍ중ㆍ고교가 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는 '토니 스토리'도 '터보'도 이번 주말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CJ의 한 관계자 역시 "시사회를 본 관객들이 영화가 좋다는 평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 광고 이상의 효과를 보기 때문에 이번 유료 시사회를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봐달라"면서도 "작은 영화사들이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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