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린손보의 지급여력비율(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은 지난해 말 현재 14.3%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그린손보에 적기시정조치(부실 위험 금융회사에 대한 정상화 조치)를 내릴 때 비율인 9월 말 기준 52.6%보다 훨씬 더 떨어진 것이다.
당국은 당시 그린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이 낮고 경영실태평가가 4등급으로 나온 점을 들어 경영개선을 요구했다. 그린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이 더 하락하면 최악에는 영업정지 사태를 맞게 된다.
그린손보는 주식투자, 선수환급금(RG) 보험, 실손의료비 보험 등에서 큰 손실을 본 데다 영업력이 약해 이 비율은 계속 하락할 개연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린손보는 보유 주식의 시세조종으로 운용 수익을 늘려 지급여력비율 하락을 감추다가 최근 이영두 회장 등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보험업 감독규정을 보면 이 비율 50~100%는 경영개선 권고, 0~50%는 경영개선 요구, 0% 미만은 경영개선 명령이 내려진다. 경영개선 명령에는 6개월 이내 영업정지가 따를 수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그린손보가 영업정지될 확률은 아직 낮다”며 “영업이 정지돼도 보험권 예금보험기금이 충분해 계약자 피해는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조속히 경영권을 매각하는 게 그린손보의 건전성 개선을 위한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14개 손보사 가운데 9위로 규모가 작고 우량 계약이 적은 게 흠이지만, 영업 라이선스만 팔아도 수백억원은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그린손보 관계자는 “지난달 흑자로 돌아섰고, 다음 달까지 증자와 사옥 매각을 마치면 지급여력비율을 120%로 맞출 수 있다”며 제삼자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린손보는 이런 내용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전날 금융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국제 기준에 맞춰 이르면 올해 4월부터 보험사의 요구자본 기준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어서 그린손보의 계획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기준을 적용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평균 70%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