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문제에 대해 위헌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반격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1일 당정협의 분위기를 보면 여당인 열린우리당까지 공정위의 손을 적극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미묘한 문제들에 대해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던 공정위에 대해 오히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우선 부당공동행위(카르텔)에 대한 압수수색권을 도입하는 방안은 공정위가 오랫동안 요청해왔던 부분이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에다 소관부처인 법무부마저 공정위가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어 진통을 겪어왔다. 그런데 질척거리던 이 문제가 여당 내부에서 호응을 얻으며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흥미로운 점은 당정이 압수수색권을 공론화한 원인과 시점이 모두 삼성그룹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올들어 삼성토탈의 부당공동행위 위반 혐의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자료를 의도적으로 빼돌리거나 파기하는 등 조사방해 행위가 있었던 점을 압수수색권의 필요 명분으로 활용했다. 우연하게도 역시 조사방해 대상에 포함됐던 CJ 또한 삼성과 연관된 그룹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제기한 위헌소송은 바로 양 당사자간에 미묘한 갈등이 연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고 공정위는 위헌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인단 선임과 함께 압수수색권이라는 양날의 칼로 대응하고 나선 셈이다.
물론 공정위가 계속 큰소리만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강대형 공정위 사무처장은 “설사 당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준다고 해도 법무부와 협의절차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제도가 도입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선 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권한을 갖는 사람은 10명 이내에 불과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도 “압수수색권 문제는 공정위의 전반적인 업무와 관련된 것이지 삼성그룹과 연계하는 것은 억측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공정위의 이 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개중 눈에 띄는 것이 여당 일각에서 검토 중인 순환출자 금지 문제다. 순환출자 문제는 재계 여러 그룹 가운데에서도 삼성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부분이다.
강 처장도 “순환출자 금지 문제는 충격이 굉장히 큰 제도”라며 “여당의 공식적인 의견이라기보다는 한두 의원의 개인적인 문제 제기이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21일 열린 당정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진은 남아 있는 듯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