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경부-영화계 ‘스크린쿼터’ 정면 대립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 문제가 `국익`과 `문화주권`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으로 다시 불붙었다. 청와대가 정부내에서 조차 입장이 엇갈리는 스크린쿼터 축소문제 조정작업에 나선 것을 계기로 재정경제부와 재계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공식거론하고 나선 데 맞서 영화계에서는 전면반대투쟁을 선언, 양측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권태신(權泰信)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은 1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1세기 금융비전 포럼`에 참석, “현재 스크린쿼터 때문에 한ㆍ미 투자협정(BIT)을 못하고 있는데, 보다 큰 국가경제의 이익을 위해 스크린쿼터는 양보해도 좋다고 본다”며 “CDㆍDVD 등 다른 분야에 대한 보호는 없는데 영화만 보호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이는 일부 영화인과 제작인 등을 위한 집단 이기주의”라고 문화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 정책관은 “미국은 우리 상품을 연간 330억 달러나 수입하는 최대 무역국인데, 2억 달러에 불과한 영화수입 때문에 BIT 체결이 늦춰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미 국산영화 시장점유율이 40%를 넘고 있어 스크린쿼터는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한ㆍ미 BIT 조속 체결을 건의했던 재계는 이날 열린 전경련회장단 회의에서도 한미간 경제교류 확대를 위해 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공식 촉구했다. 이에 맞서 스크린쿼터 문화연대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영화계 인사와 노동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ㆍ미 BIT 및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ㆍ미 BIT는 `제 2의 을사보호조약`이며 스크린쿼터와 상관 없이 반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스크린쿼터 유지는 1998년~99년 범국민적 운동으로 합의사항이 됐다”며 “일부 친미 경제관료의 주장대로 스크린쿼터를 연간 70일 수준으로 축소할 경우 현재 40%선인 시장 점유율이 20%대로 추락하고, 할리우드 영화가 6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스크린쿼터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13일 청와대에서 이정우(李廷雨) 정책실장 주재로 경제부처와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스크린쿼터 관련 회의를 열기로 했다. <고재학기자, 최진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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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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