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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당분간 횡보場…부동산경기 연착륙 여부에 달려

■ 부동산 투기억제책 따른 中증시 전망<br>유동성 연결 고리 끊기자<br>투자심리 급랭 하락 전환<br>연말까지 박스권장세 예상<br>부동산가격 하향 안정땐<br>증시 상승세로 전환될듯

중국 상하이(上海) 푸동(浦東)금융지구는 환하게 불을 밝힌 초고층 빌딩들로 늘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중국 증시는 부동산 경기 활황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정부가 최근 들어 강력한 투기억제책를 시행하자 조정 양상을 지속하고 있다. / 상하이=블룸버그통신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 이어지자 상하이 증시도 지난주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했다. 베어마켓이란 지수가 전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졌을 때를 가리키는 말로 시장의 투자심리가 그만큼 얼어붙었다는 뜻이다. 상하이 증시는 올들어서만 19%나 떨어지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에 이어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닥터 둠'이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이 달 초 "중국 부동산시장에서 버블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1년 안에 중국 증시가 대폭락을 경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버같은 극단적 비관론자가 아니라도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시장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 증시전문가들조차 주가를 전망하려면 중국의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주문할 정도다.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부동산 투기억제 여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중국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 성공 여부에 따라 증시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부동산 경기가 주가 흐름 좌우= 상하이지수는 올 들어 3,000포인트 언저리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했으나 지난 4월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15일부터 '신국 10조(新國 10組)'라는 이름의 잇단 부동산 가격 안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 증시가 상승한 데는 기업 수익 호전이라는 호재도 작용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사상 유례없이 방대하게 풀어놓은 돈이 부동산, 주식시장 등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고속성장을 손쉽게 유도할 수 있고 전후방으로 경제파급 효과가 큰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자 개발업체 등 부동산 관련주들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속속 흘러 들며 상하이 지수를 3,500대 가까이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버블 붕괴를 차단하기 위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 줄을 차단하자 투자 심리도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주택 이상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 제한 및 금리 인상, 3주택 이상 구입자에 대한 대출 금지, 부동산개발업체에 대한 자금조달 제한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부동산 과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병서 한화증권 상하이대표처의 투자고문은 "지난해 정부의 재정부양 자금 4조위안에다 은행 대출 9조5,000억위안을 합치면 어림잡아 13조원의 자금이 시중에 풀렸는데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33조위안)의 3분이 1이 넘는 수치다"며 "이 가운데 상당액이 부동산과 증시로 흘러가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지만 이제는 정부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 통화긴축 조치에다 최근에는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책까지 시행되면서 유동성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황이 이런지라 당분간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 상하이대표처의 김성태 수석대표는"중국 증시는 부동산 경기에 발목이 잡힌 상태"라며"정부의 부동산 경기 연착륙 시도 노력 때문에 연말까지 2,800~3,100대의 박스권 횡보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의 부동산 가격 추이가 관건= 최근 중국 증시의 조정 국면이 무엇보다 정부의 단호한 부동산 투기억제 조치에서 비롯된 만큼 앞으로 주가의 방향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사실 기업수익 측면에서 봤을 때 중국 증시는 상당히 저평가된 만큼 추가적인 상승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 대표처의 주희곤 리서치센터장은 "주가수익배율(PER) 측면에서 그동안 중국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부동산 및 금융 관련주 등의 주가는 저평가돼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은행업종의 주가수익배율은 각각 21배, 10배 안팎으로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이전인 지난 3월(상하이 지수 2,200포인트대)의 주가수익배율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중국 정부가 적절한 유동성 조절 정책을 취해준다면 증시가 조정 양상에서 벗어나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중순 부동산 투기억제 조치를 내놓기 직전만 해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2분기에 상하이 증시가 3,000~3,4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안정적이고 지속적 성장을 위해 부동산 거품 제거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칼을 빼 들자 증시도 조정을 보이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정부의 추가 억제 조치 여부 및 강도에 따라 주가의 향방도 결정될 수 밖에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확실히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정부의 고강도 억제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여부가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하느냐, 아니면 추가 하락하느냐의 관건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전병서 투자고문은 "그동안 증시 상승의 동인이었던 유동성의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증시 향방의 결정요인은 부동산 가격 추이"라며 "미국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야 증시가 올라가지만 중국은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야 증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상하이 등 중국 70개 중대형 도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전년동기 대비 12.8%를 기록해 전월(11.7%)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정부의 부동산 과열억제 정책으로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적어도 몇 개월간 꾸준히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되는 모습이 확인될 때라야 정부가 정책기조를 완화할 수 있고, 증시도 비로소 반등 채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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