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우리가 남이가, 우리가 남이다

요즘 과학기술부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는 쓸만한게 별로 없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성과를 알려주는 자료는 가물에 콩 나듯 할 정도다.이에 대해 과기부 공무원들은 『출연연구소의 소속이 올해부터 과기부에서 총리실로 바뀌었기 때문에 과기부의 말이 잘 안먹힌다』고 말한다. 또 출연연구소의 구조조정 계획이나 근황에 대해 물어보면 『우리가 아는 것도 없고, 상관할 바도 아니다』라고 먼산만 쳐다본다. 「우리는 남」이라는 것이다. 지난 3월 기획예산위원회가 과기부를 없애는 정부구조조정 초안을 발표했을 때 과기부 산하의 많은 단체들이 반대성명을 냈다. 과연 그들이 자발적으로 그랬을까. 한 산하단체의 관계자는 『잘 알잖느냐』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때 과기부 공무원들의 속생각은 「우리가 남이가」였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는 「퇴물관료 철밥통에 출연기관 멍들어간다」라는 현수막이 한달 넘게 걸려 있다. 과기부의 전직 관료였던 A씨가 KIST에 부임했기 때문이다. 퇴직 공무원들의 산하단체 부임은 어제오늘의 일도, 과기부만의 일도 아니다. 하지만 관장 부처도 바뀌고, 연구소 식구들도 구조조정으로 떠나는 판국에 그같은 일이 벌어져 KIST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올초 과기부의 한 퇴직 관료가 내려오면서 시끄러웠다. 과기부의 「우리가 남이가」식 행태가 빚은 갈등사례들이다. 그러나 출연연구소의 「목숨줄」인 연구비 문제에 오면 과기부는 달라진다. 그동안 출연연구소에 주로 배정하던 연구비를 대학과 기업에도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이 때는 「우리는 남」이다. 연구원들은 『제발 월급이라도 주면서 경쟁을 시켜라』고 말한다. 오죽했으면 과기부 폐지안에 대해서 과학기술 노조가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앞장서서 발표했겠는가. 요즘 관가의 핫이슈인 정부부처 축소 문제. 부처별로 조직수호 차원의 로비에 여념이 없다. 출연연구소는 「또 총대 메고 뭔가 해야 하는게 아닌가」하고 걱정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과기부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DRE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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