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이슈 분석] 현실 반영 못하는 임대 활성화 정책

'다가구' 세혜택 못받아 민간 임대업자 등록 외면 "반쪽 대책"

85㎡ 이하 면적기준 걸려 취득·재산세 감면 안돼 전월세 80%가 미등록

저소득층 영구임대주택도 공급 턱없이 부족한데다 적재적소 공급 못해 한계

민간 임대사업자들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이끌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체 전월세 가구의 80%가량이 무등록 상태로 방치돼 있다. 서울 동작구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 전경. /서울경제 DB


서울 도봉구에 다가구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박모(63)씨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혜택이 늘어난다는 얘기를 듣고 내용을 살피다가 결국 등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대 면적이 전용면적 85㎡ 이하여서 매입임대나 준공공임대로 등록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세 부담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세입자 각각이 거주하는 공간의 면적은 85㎡ 이하지만 구분 등기가 불가능한 다가구주택의 특성상 임대주택 등록은 이를 합산한 면적으로 해야 한다. 박씨는 "월세 받고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도 굳이 발품을 팔아가면서 등록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들이 시장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 임대사업자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지 못해 임대료 폭등 등의 부작용을 제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월세 80%는 '미등록'=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전체 전월세 임대가구(무상거주 제외)는 769만9,385가구다. 하지만 이 중 매입임대로 등록된 임대주택은 148만7,421가구에 불과하다. 약 80%의 전월세 주택이 제도권 바깥에 존재하는 셈이다. 대부분이 미등록 상태이다 보니 정부의 전월세난 해소 정책이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편 공급 안정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특히 주거 안정이 필요한 저소득 전월세 세입자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다가구주택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서울 관악구의 다가구주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가 1년 만에 이사한 직장인 김모(33)씨는 "전세보증금이나 관리비·수도세 같은 내역들을 집주인이 불공정하게 올리더라도 딱히 대응할 만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2012년 통계청의 주거실태조사 결과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 가구는 141만5,277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구도 등록하라더니 혜택은 어디?=정부는 다가구주택을 제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해 이번 '9·1 부동산대책'에서 다가구주택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85㎡ 이하' 면적 기준을 없앴다. 여러 가구로 분리돼 있더라도 1주택으로 간주됨에 따라 합산 면적이 대부분 100㎡를 넘는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최대 '85㎡ 이하' 면적 기준을 충족해야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는 현행 세제 혜택 구조는 막상 그대로 유지했다. 다가구주택은 준공공임대주택이나 매입임대주택으로 등록하더라도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반면 최소 10년(매입임대는 5년) 이상 임대해야 하고 첫 임대료·보증금을 주변 시세 이하로 책정해 연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한 의무(매입임대는 제한 없음)는 그대로 지켜야 하기 때문에 혜택에 비해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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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J중개업소 관계자는 "다가구주택은 1주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임대소득 과세 대상에서도 빠지는데 굳이 혜택도 별로 없는 임대 등록을 월세 소득까지 노출하면서 하려는 집주인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적절한 임대료 산출이 어렵다는 점도 다가구주택의 제도화를 막는 요소다.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려면 인근 지역의 적정 임대료 수준이 나와야 하지만 한국감정원의 '월세가격동향조사'는 8개 시도의 3,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 그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가구주택의 경우 아파트보다 지역별 월세 가격과 월세이율을 산출하기 어려워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보증금과 월세 비율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다가구주택의 준공공임대주택 등록 역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년이나 기다려야 영구임대 들어갈 수 있어=공공 영역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영구임대주택 정책 역시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필요한 지역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입주를 원하는 사람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영구임대주택 대기자는 4만7,442명인 데 비해 올해 8월까지 공급한 영구임대주택은 770가구에 불과하다. 대기자가 지난해(4만9,963명)보다 2,500여명 줄기는 했지만 이는 영구임대주택 대상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수가 줄면서 대상자 수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적재적소에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도 영구임대주택의 정책적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대기자가 가장 많은 인천(9,661명)의 경우 영구임대주택은 6,054가구에 불과하지만 1,750명이 대기한 서울은 이미 2만3,920가구가 공급됐다. 지난해와 올해 공급된 영구임대주택 1,252가구 중 경기(430가구)와 서울(292가구)에 절반 이상이 공급됐다. 이 때문에 영구임대주택 입주에 걸리는 평균 대기기간이 전국 기준으로 21개월에 달한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택지지구 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영구임대주택 정책의 한계"라며 "정부가 택지지구 지정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앞으로 영구임대주택 공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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