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케이블TV 'HD전환' 아직 멀었다

PP들 비용부담에 제작 저조… 2010년 완료 목표 수정 불가피할듯<br>SO도 역량 부족으로 재투자 미흡 추진속도 더뎌<br>2012년 목표 지상파는 편성율 연차 확대 '순항'<br>"셋톱박스 값도 20만원 이하로 낮춰야 경쟁력"




#. 서울 한남동에 사는 한모씨(34)는 남북정상회담 중계방송을 보면서 얼마 전 구입한 HDTV 덕을 톡톡히 봤다. 이번 회담의 경우 KBS의 HD중계차량을 이용, HD(고화질)로 중계된 까닭에 양측 정상과 수행원들, 평양 시내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지난 2000년 회담 때는 북측 중계차를 이용하는 바람에 방송 화면마저 늦게 들어왔다”며 “HD 화면으로 평양 시내를 보니 기분이 색다르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의 HD중계와 케이블TV 방송사들의 연이은 HD물 제작에 따라 HD방송이 본격화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2010년 HD전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케이블TV의 경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HD방송=현재 KBS와 MBC의 HD 편성비율은 35% 내외. SBS가 약 52% 수준이다. KBSㆍMBC는 2008년에 50%, 2009년에 65%를 목표로 하고 있고 SBS는 2011년까지 HD전환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HD 전환 속도가 늦긴 하지만 2012년까지 디지털전환을 완료해야 하는 만큼 꾸준히 HD 편성비율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SBS의 ‘왕과 나’, MBC ‘태왕사신기’ 같은 대형 사극들이 HD로 제작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오는 11월 개국 예정인 OBS 경인TV도 100% HD 콘텐츠 제작을 추진 중이다. 케이블TV 역시 HD 제작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케이블ㆍ위성TV 오락 채널 tvN은 개국 1주년을 맞아 9일 퀴즈프로그램 ‘예스 오어 노’를 HD 생방송으로 내보낸다. 케이블TV에서 HD물이 생방송으로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HD방송의 유료 HD채널인 ‘에이치디원’ 케이블TV 방송을 시작했다. 온미디어와 CJ미디어도 자체제작 드라마와 TV영화는 기본적으로 HD로 찍는다는 기본 방침을 세우고 있다. HD 콘텐츠 제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HD 활성화, 아직은=지상파 방송사들이 꾸준히 HD 제작ㆍ편성 비율을 늘려가고는 있는데 반해 케이블TV의 HD 제작은 아직 미미하다.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도 ‘Sky HD’ 채널외에는 SD(표준화질)로 방송을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HD 채널을 6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특히 케이블TV의 경우 ‘HD제작 저조→유선방송사업자(SO)의 HD 송출 연기→HD제작 저조’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에 비해 덩치가 작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입장에서는 HD 제작비가 부담스럽다. SO 역시 디지털전환을 위한 투자에 이어 HD 송출을 위한 재투자가 힘겨운 상태다. HD 셋톱박스의 가격도 문제다. HD 셋톱의 경우 약 35만원 선으로 기존 셋톱에 비해 약 10만 원 이상이 비싸다. 일반적으로 셋톱을 대여하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SO 입장에서는 셋톱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는 바로 수치로 나타난다. 온미디어와 CJ미디어의 경우 지난 해부터 HD 제작ㆍ방송 비율을 늘린다고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HD디지털케이블 가입자 수도 약 6,000명에 불과하다. 63만 디지털케이블 가입자 중 0.9%만이 HD방송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김진경 케이블TV협회 부장은 “2010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다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세는 HD=전문가들은 향후 TV에서는 HD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한다. SD급 디지털 방송으로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과 차별이 이뤄지기 어렵고 전세계적으로도 고화질이 대세로 잡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SO 입장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전채널을 HD로 송출하는 게 이득이다. 아날로그 가입자들의 디지털전환을 독려할 수 있고 전파 대역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SO 사업자들도 HD디지털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최대 MSO인 티브로드가 내년 초 HD디지털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큐릭스 역시 10월 중으로 HD디지털케이블 서비스에 들어간다. 11개 HD 채널로 출범, 내년 초에는 15~20개 정도의 HD채널을 갖춘다는 복안이다. CJ케이블넷도 데이터방송 위주에서 HD서비스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결국 문제는 HD 셋톱 박스 가격. 셋톱 가격을 어느 정도 낮추느냐가 HD디지털 보급에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업계의 관계자는 “결국은 HD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며 “HD 셋톱의 가격이 20만원 대 초반이나 그 밑으로 떨어지면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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