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 후지필름 무차별 저가공세/미 코닥 자구 몸부림

◎종업원 감축 등 대대적 감량 착수미국 필름업체 이스트만 코닥사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올들어 경쟁업체인 일본의 후지사에 지분을 잠식당하고 있는 코닥이 지난달 1만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쉴틈도 없이 지난 18일 1만6천명을 추가로 정리해고하겠다고 나선 것. 코닥이 이처럼 초강수의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은 계속해서 수익이 악화,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쁜 때문이다. 그러나 코닥의 자구노력에 주변의 반응은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과감한 정리해고 조치를 발표했지만 월가의 투자자들은 코닥의 수익률 전망이 여전히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대 경쟁사인 일본의 후지사가 지난 여름 칼라 필름 가격을 무려 30%나 인하하면서 미국시장을 잠식해 나가자 코닥은 지난 10월 뒤늦게 자사 제품가격을 5% 떨어뜨리며 맞대응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코닥은 가격인하 후인 10월과 11월 두달만도 시장지분을 10%포인트 추가로 내줬다. 이에따라 올해 순익도 25% 감소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불안을 느낀 코닥은 1만6천명을 추가 감축하겠다는 예상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코닥은 감량경영에 따라 당장은 25억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98년과 99년 5억달러의 비용절감효과를 보는 것을 시작으로 생기는 자금여력으로 전략부문인 디지털 부문에 집중 투자한다는 생각이다. 조지 피셔 코닥 회장은 『과거 2년동안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고 현재 상황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디지털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코닥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 95년 취임한 피셔회장이 취임초기 과잉투자를 억제하고 인력감축을 통한 비용절감을 꾀했어야 했는데 뒤늦게 급작스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신규사업을 강화할 시기가 아니라 일단 후지와의 가격전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하는 사내외의 목소리가 높다. 프루덴셜 증권의 알렉스 헨더슨 분석가는 『지금 코닥에게 중요한 것은 정리해고가 아니라 후지와의 가격할인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라며 『가격정책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않는한 현재로선 구조조정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경쟁업체인 후지가 무섭게 미국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것에 대해 비지니스위크지는 최근『코닥은 지금 창업 1백18년만의 최대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 후지는 지난해 월마트 소유의 6개 사진인화공장을 4억달러에 인수해 인화·현상 분야에서 미국시장내 1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MS로 따지자면 후지는 아직 코닥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대세는 후지쪽으로 기운 상태다. 코닥은 심리적 저지선이던 자국내 점유율 80%가 무너졌고 7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지난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비 40% 떨어졌다는 소식에 연초 주당 92달러하던 코닥 주가는 6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문제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감량경영, 조직의 슬림화를 통해 재정상태가 넉넉한 후지가 앞으로도 공격적인 가격인하를 공세를 계속할 것이라는데 있다. 지난해 매출 11억달러에 순익 7억5천7백만달러를 기록한 후지는 45억달러에 달하는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10억달러의 부채를 안고있는 코닥은 갈수록 매출과 수익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여기다 코닥은 일본내 필름시장의 폐쇄성을 놓고 후지와 2년간 끌어오던 필름전쟁에서 지난 8일 세계무역기구(WTO)가 후지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자존심마저 꺽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닥이 인력감축이외의 혁신적인 전략과 자구방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후지에게 밀리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있다.<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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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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