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엔 환율 급락세가 지속되면서 800원대(100엔당)마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일본 엔화는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원화환율은 국내 요인에 발목이 잡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외환시장과 따로 노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경기회복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ㆍ엔 환율 방어 사실상 포기(?)=원ㆍ엔 환율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은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원ㆍ달러 환율 급락세를 차단하기 위해 부분적인 매수개입에 나섰지만 미 달러화 약세(쌍둥이 적자)라는 큰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른 통화들의 대달러 환율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유독 원화환율만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미국의 금리인상 지속 등의 영향으로 엔ㆍ달러 환율은 13.0%나 상승했으나 원화환율은 수출기업들의 고점매도 전략 등 국내 요인에 휩싸여 2.3%나 하락했다. ‘나홀로 원화강세’ 현상이 지속된 결과 지난해 한해 동안 원ㆍ엔 환율은 무려 17.9%나 절상됐다. 원ㆍ엔 환율 하락으로 일본으로부터 부품ㆍ소재 등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반면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들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주력 수출품들은 가격 경쟁력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은에 따르면 원ㆍ엔 환율이 1% 하락하면 무역수지 흑자는 3억달러 정도 줄어들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0.0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원화환율 1,000원대 꿈만 같다=문제는 수출기업들 가운데 원화환율 1,000원대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믿는 기업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연초 잠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원ㆍ달러 환율이 한달 동안 900원대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얼어붙은 심리는 달러가 조금만 쏟아져도 받아주지 않는 등 더 큰 하락세를 야기시킬 수 있다. 투기세력이 없는데도 말이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 자금 중 80% 이상이 서울환시에서 원화 환전에 의해 신규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모니터링 결과 투기세력의 교란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정우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중국의 경제 재가속화와 국내 내수경기의 회복에 힘입어 성장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한미간 경제의 디커플링은 미국의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