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과민성 방광' 방치 마세요

영화관 가려 해도 참을 수 없는 소변 걱정 때문에…



남성 10명중 1명꼴 발병
여성은 14%…큰차 없어 업무 지장·우울증등 불러
석달이상 지속 치료 필요
중단하면 재발 가능성 커
직장인 최성식(45ㆍ가명)씨는 어느 건물을 들어가든 가장 먼저 화장실 위치부터 파악한다. 수시로 소변이 마렵기 때문이다. 최씨는 2시간 이상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영화관을 가기도 매우 꺼린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 꽃구경 등 장시간 화장실이 없는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부부동반 모임도 참석하지 못해 부인에게 늘 미안하다. 최씨처럼 수시로 소변을 보고 싶은 요의를 느끼는 사람은 '과민성 방광'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방광이 예민해져 소변이 가득 차지 않았는데도 배출해야 하는 상태인 것이다. 통상 방광질환은 중년여성의 질환으로 여겨졌는데 성인남성도 10명 중 1명은 과민성 방광증상이 있다는 의료계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과민성 방광은 꾸준한 약물치료 등을 통해 충분히 증상을 개선할 수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성 10명 중 1명은 '과민성 방광'=대한비뇨기과 배뇨장애요실금학회는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의 과민성 방광 유병률이 10%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여성의 과민성 방광 유병률인 14%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학회 측은 설명했다. 남성의 경우 과민성 방광 유병률은 40대 12.9%, 50대 16.1%, 60대 이상 23.7% 등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방광 기능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이 너무 예민해 방광에서 소변을 저장하는 동안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방광근육이 수축, 급하게 요의를 느끼게 되는 질환이다. 보통 정상 성인의 배뇨 횟수는 낮에 깨어 있는 동안 4~6회, 잠자는 동안 0~1회이다. 일단 평소에 이보다 소변보는 횟수가 잦다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의 증상으로는 빈뇨, 절박뇨, 절박성 요실금, 야간 빈뇨 등이 대표적이다. 빈뇨란 소변이 방광에 차는 동안 방광이 비정상적으로 자주 수축함으로 소변이 마려운 증상을 말하며 하루 8회 이상 화장실을 찾으면 빈뇨로 볼 수 있다. 이 외에 소변을 참기 힘들어 급히 화장실을 가야 하는 절박뇨, 소변이 마려울 때 충분히 참지 못하고 소변이 새 옷을 적시는 절박성 요실금, 야간 수면 중 2회 이상 소변을 보는 야간 빈뇨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우울증 발생 등 삶의 질 떨어뜨려=과민성 방광이 심각한 것은 대표적 남성 질환인 전립선비대증에 비해 삶의 질과 업무 생산성을 더 떨어뜨리면서 우울증도 불러오기 때문이다. 학회 자료에 따르면 과민성 방광 남성 환자의 우울증 동반율은 23.6%로 정상인(7.4%)의 3배 이상, 전립선비대증환자(11.5%)의 2배 이상이나 됐다. 과민성 방광으로 업무 생산성에 지장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52.8%로 정상인(24.5%), 전립선비대증 환자(39.2%)의 응답률을 크게 상회했다. 과민성 방광 때문에 이직, 조기 은퇴, 퇴사 등을 당한 적이 있는 경우도 4.5%로 정상인(1.3%)과 전립선비대증 환자(2.1%)보다 훨씬 많았다. 과민성 방광은 환자들의 성생활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성생활 만족도가 낮아졌다고 응답한 환자가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응답률(10.6%)보다 높은 21.6%에 달했다. 이규성(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회장은 "과민성 방광을 단순히 나이 들어 생기는 전립선비대증 정도로 생각하고 방치하면 삶의 질이 점점 떨어질 수 있다"면서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한 뒤 약물치료를 하면 증상이 빠르게 개선되는 만큼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치료중단시 재발확률 높아=과민성 방광은 치료효과가 큰 질환이기도 하다. 학회 측이 과민성 방광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약물 치료 효과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치료 전 환자들의 하루 평균 배뇨 회수는 11.7회, 절박뇨 회수는 8.2회, 절박성 요실금 회수는 2.2회였지만 치료 후에는 각각 8.3회, 2.2회, 0.1회로 감소했다. 문제는 치료의 지속성이 떨어지면서 재발이 잦은 데 있다. 이 회장은 "과민성 방광 환자 중 3개월 이상 치료하는 비율은 10명 중 4명 이하였으며 6개월 이상 치료하는 환자 비율은 10명 중 2명이 되지 않았다"며 "다른 만성 질환인 고혈압ㆍ고지혈증의 3개월 이상 약물 치료 지속률이 70% 이상임을 감안할 때 과민성 방광의 약물 치료 지속률은 절반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또 "과민성 방광은 치료 중단시 재발확률이 높은 질환 중 하나로 재발확률이 60%에 달한다"며 "환자 자신의 판단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금물이며 과민성 방광 약물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구갈(목마름)'을 줄여준 새로운 치료제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과민성 방광 환자의 경우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차 및 알코올, 탄산음료 섭취를 가급적 줄이고 규칙적인 전신운동 및 골반수축운동 등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바닥에 누워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신 후 엉덩이를 서서히 들면서 골반근육 수축을 5초간 지속하는 케겔운동은 방광 조절력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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