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리포트] 미국, 쿠바 금수 해제는 아직 먼길

국민 56% "정책바꿔야" 불구

반카스트로 단체 강력 반발

오바마도 정치권 눈치보기

기업 "기회 놓친다" 우려

미국 내에서도 쿠바 금수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실의 지난달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국민의 56%가 '정부가 대쿠바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쿠바 난민이 몰려 살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찬성률도 63%에 달했다.

쿠바 혁명이 54년전 일이 되고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카스트로 정권에 대한 반감도 희석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시카고트리뷴, LA타임스 등 영미권 주류 언론들도 올 들어 '이제는 쿠바를 껴안을 때'라는 논조의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기존의 봉쇄 정책이 공산정권은 무너뜨리지 못한 채 쿠바 국민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경제개방을 통해 체제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브라질 등 반미 성향 국가들이 미국 안마당인 카리브해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쿠바 개방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미국의 대쿠바 금수조치가 단기간에 해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과 악수했다가 공화당의 맹비난이 쏟아지자 "우연이었을 뿐"이라며 해명한 게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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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11월에도 "대쿠바 정책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지만 국민 분열을 우려해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는 데는 소극적이다. 더구나 오바마케어 온라인 등록 지연 등으로 최악의 지지율에 시달리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민감한 정책을 밀고 나갈 추진력을 상실한 상태다. 양국 정부는 현재 마약 제재, 원유 유출 등 극히 실무적인 문제만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쿠바 난민들로 구성된 반카스트로 로비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걸림돌이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 90명을 포함해 워싱턴 정가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가장 큰 히스패닉계 정치자금단체(PAC)인 '미-쿠바 민주주의'의 경우 2003년 이래 반쿠바 캠페인에 500만달러를 지원했다.

또 양국은 2011년 위성통신 장비를 불법 배포한 혐의로 쿠바 교도소에 갇혀있는 미국인 앨런 그로스 석방 문제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는데 소극적"이라며 "미 기업과 투자가들이 경쟁사와 달리 쿠바 진출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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