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금시장 왜곡 흐름 풀려면

시중에 돈이 넘쳐 나는데도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물건이 팔리질 않아 기업들마다 비상이 걸린 지 이미 오래다. 특히 중소기업은 부도를 걱정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유동성이 최악의 상태이며 사정이 낫다는 대기업도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비, 몸을 움추리고 있다. 400조원에 달하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만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의 흐름이 왜곡되면서 자금시장이 동맥경화증에 걸려 있는 꼴이다. * 본지 29일자 1면 참조 기업의 자금난은 은행의 당좌대출이나 회전대출 한도 소진율의 급증에서도 나타난다. 일정한도를 정해놓고 언제든지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당좌대월 한도 소진율은 지난 4월말 현재 14.2%로 작년말의 10.0%에 비해 넉달새 4.2%포인트나 뛰었다. 또 통장거래를 통해 한도를 정해 놓고 일정기간 단위로 돈을 빌리는 회전대출 한도 소진율 역시 은행에 따라 최저 30%에서 최고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까지 주요은행의 회전대출 한도 소진율이 20~30%대임을 감안한다면 거의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한다는 반증이다. 그나마 중소기업은 은행대출이 어려워 사채시장을 두드리고 있으나 외면 당하기 일쑤이다.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다음달 중 4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경기를 일깨우기 위해서는 우선 시중에 풀린 부동자금의 잘못된 흐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금이 선 순환되지 못하고 온통 부동산으로만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이라는 약발이 제대로 먹혀 들지 의문이라는 우려인 것이다. 자금시장의 경색을 풀려면 국민들이 정부정책에 대해 신뢰를 갖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부동산 대책만 해도 그렇다. 납땜질식으로 임기응변으로 임하다 보니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않게 되고 대책발표 때마다 오히려 값만 올리는 꼴이 됐다. 정부는 부동자금의 선 순환을 위해 이들 자금을 증권시장으로 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 지금 여유가 있는 대기업 가운데는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고용창출이라는 측면에서도 국가적인 손실이다. 국민들이나 기업들은 정부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신중한 정책 선택이 요청된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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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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