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수출입銀 여신한도 폐지… 두달도 안돼 "없던 일로"

금융위 "건전성 악화 우려"에 재정부, 한도 상향으로 가닥

기획재정부가 수출입은행의 여신한도 폐지 방안을 두 달도 안 돼 백지화했다.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관련 부처와 국회의 반발에 부딪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16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재정부는 수출입은행의 여신한도 규제를 폐지하는 대신 한도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정치권에서 '여신한도를 없앨 경우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여신한도를 상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재정부는 지난 8월 말 수출입은행의 여신한도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법은 수출입은행의 여신한도를 개별기업은 자기자본(8조원)의 40%, 계열사를 포함한 동일계열은 50%로 제한하고 있다. 이 규정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구제금융을 제공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도입됐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은 수신기능이 없어 신용공여 규제의 필요성이 적고 미국ㆍ일본 등 경쟁국 수출기관은 유사한 규제가 없어 형평성 차원에서 해당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게 재정부의 입장이었다. 현재 여신한도 규제로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곳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계열 등이다. 하지만 은행 감독 당국인 금융위가 "수출입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내면서 난항에 부딪혔다. 더구나 시행령 개정 추진 과정에서 금융위와 사전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지원을 위해 여신한도 규제를 없앤다는 오해가 있다"며 "정부가 예외적으로 한도 초과분을 승인할 수 있는데도 규제를 통째로 들어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반대가 거세지자 재정부는 결국 여신한도를 높이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고 현재 금융위 등 관계부처와 상향한도를 논의 중이다. 금융위도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서는 수출입은행의 여신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재정부의 주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향후 5~6년간 해외진출 기업의 지원에 차질이 없도록 현재 50%인 동일인 여신한도를 80~100%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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