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그리스 '디폴트 위기' 일단 넘겼다


숨돌릴 틈 없이 30일 이행법안 표결…산 넘어 산 그리스 의회가 긴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일단 국가부도(디폴트)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APㆍAFP통신 등 외신은 29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에서 실시된 재정긴축법안 표결이 극적으로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총 300석 가운데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오는 2015년까지 5년 동안 280억 유로의 예산을 절감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당초 예정대로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됐지만 앞으로 이행법안 의결 등 숱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이날 재정긴축법안 통과는 유럽연합(EU)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대한 5차분 구제금융 지원금 120억 유로를 내주기 위한 선결 조건 가운데 하나다. EU와 IMF는 그리스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280억 규모의 예산 절감과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자산 민영화 등의 골자로 하는 ‘중기재정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7월 만기 도래하는 국채를 막기 위한 5차 구제금융 지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압박을 가해 왔다. 5차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내달 15일 이후 줄줄이 만기 도래하는 국채를 상환을 하지 못해 디폴트 선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의회를 통과된 재정긴축법안은 ‘중기 재정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첫 번째 법안으로, 그리스는 30일 국유자산 민영화 등 구체적인 이행 법안까지 의회에서 통과시켜야만 내달 3일 5차 구제금융 지원금 120억 유로를 지원받아 7월의 부도 위기를 확실히 넘길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그리스는 이날 표결 통과로 한숨을 돌릴 틈도 없이 30일 국유자산 민영화 등의 방안을 담은 이행법안 의결이라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그리스가 국가부도 일보 직전의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에서 세력이 약해진 집권 사회당 정부가 30일 2차 표결에서 경제구조 개혁 및 국유자산 민영화 법안을 통과시키고 EU와 IMF가 제시한 이행 스케줄을 수행해 낼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만에 하나 의회가 긴축안 반대 여론을 의식해 30일 이행법안을 부결시킬 경우 그리스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일각에서는 EU와 IMF가 만에 하나 그리스에서 재정긴축안이 부결됐을 때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EU는 공식적으로 ‘플랜 B’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표결에 앞서 28일 올리 렌 EU 경제통화정책담당 집행위원은 “그리스가 즉각적으로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수정된 재정긴축안을 의회가 승인하는 것이며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플랜 B’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30일 표결에서 2차 법안까지 순조롭게 통과될 경우도 그리스의 앞날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그리스가 EU와 IMF로부터 추가 구제금융을 받아 재정위기를 넘기고 재정긴축 계획을 이행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선은 그리스 노동계는 물론 시민들도 정부의 재정긴축안과 구제금융에 거세게 반발하며 경찰과 무력 충돌을 벌이는 등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그리스 정부가 긴축안을 예정대로 밀어붙일 수 있을 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U와 IMF가 그리스에 대해 1,000억유로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건이다. AFP통신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외부의 구제금융 지원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긴축안이 국가를 더 심각한 침체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다른 유로존 국가들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이 세 번째 구제금융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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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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