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분식연루 두산, 대우건설 인수하려면 4,500억원 더 써내야

비가격부문 강화 '먹튀 M&A'차단 의지<br>해외자본 얼굴마담 내세우면 판별 어려워<br>국내기업 역차별등 부작용 발생 배제못해



‘위법 부당행위를 한 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면 4,500억원을 더 써내야 한다.’ 정부가 구조조정기업을 매각할 경우 위법행위 기업에 이에 상응하는 부담을 주기로 함에 따라 해당 기업이 다른 후보들과 동일선상에 서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운용해오던 비가격 부문 기준을 강화한 것은 더이상 ‘먹고 튀는’ 인수합병(M&A)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매각원칙으로 외국계 투기자본이 그럴듯한 얼굴마담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는데다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일괄적인 원칙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배경 및 의미=정부가 매각 기본방향을 밝힌 것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만큼 매각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논란을 비롯해 매각된 기업들은 하나같이 헐값시비와 공정성 특혜논란에 휩싸였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시급성 때문에 팔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사회적 평판을 포함해 고용안정이나 산업연관 효과 등 종합적 관점에서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된 셈이다. 이번 평가기준에서도 정부의 이 같은 고민은 역력히 드러났다. 평가기준 가운데 비가격 부문을 평가할 때 자금조달 계획과 능력을 우선적으로 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인수 이후에 일정 기간 합병이나 인수주식 재매각 등의 편법인수를 막겠다는 생각이다. 또 매각 대상기업의 경영능력과 중장기적인 발전 가능성 등을 감안해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곳에 메리트를 주기로 했다. ◇문제는 없나=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감점제도를 피하기 위해 각종 편법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위법 경험이 있는 해외 투기자본이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위장할 경우 이를 판별해내기란 쉽지 않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위법사실이 알려진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을 개연성도 높다. 또 비가격 부문에서 감점을 당해도 가격만 좀더 높게 제시하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인수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제도의 실효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분식회계나 주가조작ㆍ조세포탈 등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한 기업들이 10점을 감점당해도 15%가량의 가격을 더 제시하면 다른 입찰자와 비슷한 조건을 갖출 수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분식회계 등에 연루된 두산이 다른 기업에 비해 4,500억원(대우건설 매각가격 3조원 가정시)의 추가 부담만 얹으면 되는 셈이다. ◇대우건설 매각판도 바뀌나=감점제 적용으로 두산과 한화 등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한 반면 유진ㆍ프라임 등 후발 업체들은 한발 앞서게 됐다. 김우석 캠코 사장은 “어느 기업이 구체적으로 적용된다, 안된다는 것은 공자위 소관이지만 적어도 검찰의 기소, 형사소추를 받은 곳은 감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경우 지난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 그룹 회장이 검찰에 불구속기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 예외 적용’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두산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한 상황을 점하게 됐다. 감점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량 계열사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어 유진ㆍ프라임 등 중소업체에 비해 자체적인 자금동원 능력이 앞설 수 있다. 결국 비가격 부문의 적용으로 대우건설 매각방정식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대우건설 이외에 자산관리공사가 직접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ㆍ쌍용건설은 물론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쌍용양회ㆍ새한ㆍ남선알미늄ㆍ대우일렉트로닉스ㆍ대우정밀ㆍ새한미디어 등도 이 같은 제도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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